폭염과 열악한 환경으로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먼저 떠나고,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잼버리에 참가한 4만3000여명의 모든 스카우트 대원들이 새만금을 떠났다. 전북도에는 8일 만에 텅 빈 새만금 부지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잼버리를 치르겠다며 갯벌을 매립한 이 부지의 현재 용도는 ‘농지’인데, 전북도에서는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를 유치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장이 비어 있다. 대원들은 전날 잼버리장을 떠낫다. /연합뉴스

◇관광레저용지로 개발했어야...매립 늦어져 현재는 농지

9일 전북도에 따르면 새만금 기본계획상 여의도 면적의 3배(8.8㎢) 규모인 잼버리 부지는 현재 농업용지(유보용지)로 지정돼 있다. 당초 새만금 관광레저용지(36.8㎢)에 포함돼 있었으나, 갯벌 간척 작업이 늦어지자 새만금개발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합의해 일단 농지로 용지 목적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관광레저용지에 적용되는 정식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지역 시민단체들은 한국농어촌공사 농지관리기금을 편법으로 유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잼버리는 관광레저 사업인데, 농업용지로 매립했다는 것이다.

이번 세계잼버리는 영지 배수가 잘 안 돼 물이 고여 있고, 나무가 없어 그늘이 없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배수가 원활하게 되게 하려면 영지를 높이고 경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농업용지여서 평평하게 조성된 탓에 물이 고이기 쉽기 때문이다.

현재 부지 용도가 농지이지만, 잼버리 대회 종료 후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기본계획에는 ‘농림부 장관은 매각 요청 시 새만금개발공사 등 새만금개발청장이 지정하는 자에게 (부지를) 양도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관광레저용지나 산업용지 등으로 용도를 변경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부지. /여성가족부 제공

◇잼버리 유치 배경 “전북도는 국제공항 건설·SOC 구축 명분이 필요했다”

그러나 전북도가 부지를 농지로 활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에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유치해 활용하기 위해 잼버리를 개최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2018년 발간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유치활동 보고서’에서 유치 배경에 대해 “2010년 새만금방조제 완공 후 사회간접자본(SOC) 등이 더디게 추진되고 있었다”며 “전북도는 국제공항 건설 및 SOC 구축 등 새만금 내부 개발에 박차를 가할 명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전북도는 세계잼버리 개최를 계기로 도로를 건설했다. 새만금에는 2020년 11월 완공된 16.5㎞ 길이의 동서도로가 있는데, 4만3000여명의 편의를 높인다며 지난달 새만금 남북도로(27.1㎞)가 완공됐다. 두 도로 건설에 7886억원이 들어갔다.

군(軍) 공항과 겸하는 군산공항을 대체하겠다며 군산공항에서 서쪽으로 1.3㎞ 떨어진 곳에 새만금국제공항을 짓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오는 17일 시공사가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앞서 전북도는 이번 세계잼버리 참가자들이 인천공항이 아닌 새만금 신공항으로 도착하게 하겠다며 2019년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아내고 2023년 운항을 시작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새만금 신공항은 2029년 완공을 목표로 8077억원이 투입된다.

전북도는 ‘잼버리 유치활동 보고서’에서 잼버리가 끝난 후 부지 활용에 대해 “관광레저지구, 국제협력용지를 매립지 상태로 제공 가능해 민간 투자유치 활성화 등 투자 중심지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체험형 관광 레저, 해양 레저, 스포츠 등 체류형 관광도시 개발 ▲글로벌 경제협력특구 조성 및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로 조성 등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유치활동 보고서' 캡처.

◇2년 뒤 한국서 아·태 잼버리 개최…강원 고성과 새만금 거론

새만금 야영지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잼버리 성지’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전북도가 새만금 세계잼버리를 유치하기 전 참고한 2015년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개최된 장소와 비슷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일본 야마구치현은 키라라하마에서 2015년 7~8월 세계잼버리를 개최했다. 이곳은 갯벌을 매립한 간척지로, 새만금과 여건이 비슷한 면이 있다.

전북도 관계자들은 2015년 세계잼버리를 참관한 후 작성한 보고서에서 “잼버리가 한 번의 행사성 사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최 후 5만평 규모의 상설 야영장이 남아 새만금이 우리나라 최고의 청소년 문화 체험활동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전북도 관계자들은 2015년 스카우트 종주국인 영국을 방문한 뒤 “(영국 스카우트연맹의 시설은) 청소년 활동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병행해 수입을 확보한다”며 “(새만금의 시설도) 국외 사례와 같이 자원봉사자를 활용하고, 소수의 급여를 받는 운영자가 운영하는 방식을 적극 도입할 수 있다”고 했다.

전북도는 2025년 한국에서 열리는 제33회 아시아·태평양 잼버리를 유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잼버리는 한국이 유치한 단계로, 한국스카우트연맹은 아직 개최지를 선정하지 않았다. 1991년 제17회 세계잼버리를 성공적으로 치른 강원 고성과 새만금이 있는 전북 부안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새만금 세계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김윤덕(전북 전주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영 직전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2025 아태 잼버리도 새만금에 유치할 것”이라고 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지난달 25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공원 드림센터에서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최종점검을 한 뒤 브리핑하고 있다. /전북도 제공

◇새만금 잼버리 부지에 ‘디즈니랜드 유치’ 추진…'K-팝 국제 교육도시’ 구상도

전북도에서는 새만금 부지에 테마파크를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잼버리를 계기로 도로망이 확충됐고 신공항도 건설될 예정인 만큼,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 홍콩에 있는 디즈니랜드를 유치하겠다며 구체적인 목표도 거론된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새만금에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청소년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국제학교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새만금을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이나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두바이 같이 개발하고, 디즈니랜드와 같은 매혹적인 테마파크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크루즈와 요트가 정박하는 마리나 리조트도 건설하겠다고 했다. 도쿄 디즈니랜드로 지역 사회가 발전했다면서, 새만금에도 디즈니랜드를 유치하면 지역이 개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지사는 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는 “잼버리 대회가 끝나면 280만평 규모 용지가 남는다. 이곳에 관광레저 용지 개발을 추진한다”며 “디즈니랜드와 비슷한 테마파크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북도 정책연구기관인 전북연구원은 새만금 복합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정책연구에 착수했다.

국제학교 공약은 ‘K-팝 국제 교육도시’로 구체화됐다. 새만금개발청은 잼버리 대회 부지에 K-팝 국제교육도시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전북도는 이달 중 ‘K-팝 국제교육도시 지정’과 ‘K-팝 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