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1일 웹툰 작가 주호민(41)씨와 그의 아내가 발달장애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특수교사의 발언을 녹음한 뒤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것과 관련해 법원에 "무단 녹음이 증거자료로 인정되는 선례를 만들지 말라"고 요청했다.

여난실 교총 부회장이 1일 오전 수원지법을 방문해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교총 제공

교총은 이날 주씨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건과 관련해 수원지방법원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하고 선처를 요청했다. 탄원인은 정성국 교총 회장이다. 여난실 교총 부회장(서울 영동중학교 교장)이 이날 오전 9시30분 수원지법을 방문해 탄원서를 전달했다.

교총은 탄원서에서 "특수교사가 학생 지도과정에서 한 교육적 행위가 아동학대로 신고 돼 재판중인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전국의 교육자와 특수교사들은 내 일처럼 아파하며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이번 사건은 20년 넘게 특수교육에 헌신한 교사가 여학생에게 성희롱 문제 행동을 한 남학생을 적극 지도해 바로잡으려는 교육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사례여서 더욱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이번 고소 건은 학부모가 교사와 다른 학생 모르게 교실 수업 내용이나 대화 내용을 무단 녹음해 신고한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녹취 내용이 증거자료로 채택된다면 학교 현장은 통신비밀보호법 상 대화 비밀의 보호, 대화 비밀 침해금지 조항에도 불구하고 무단 녹음(녹취)이 합법적으로 용인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청취 및 녹음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교총은 재판부에 "녹취 내용의 일부 표현이나 내용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교육을 수임 받은 특수교사가 학생의 잘못된 언행을 바로 잡으려는 교육적 목적에서 비롯된 행위였는지를 포괄적으로 살펴 선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일부 학부모가 주씨처럼 자녀 가방에 켜져 있는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키고 교사의 특정 발언을 문제삼아 아동학대로 신고하거나 고소·고발하는 행위가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했다. 교총은 "교사나 학생 모르게 교실 내 무단 녹음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요청한다"면서 "무단 녹음이 인정되는 선례가 돼 녹취 자료의 오남용이 증가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몰래 녹음이 허용되는 교실이라면 앞으로 교사는 물론 학생까지 모든 행동을 감시당하고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져 학생, 학부모, 교원 간 신뢰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50만 교육자 모두가 교육 현장에서 자긍심을 갖고 교육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