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8년간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아동을 전수조사한 결과 249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 아동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800명 넘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이미 사망한 아동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주민등록번호가 발급되지 않고 임시 신생아 번호로 남아 있는 아동 2123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행정조사가 완료됐다고 18일 밝혔다. 그 결과 생존이 확인된 아동은 1025명(48.3%)다. 사망은 249명(11.7%)이고, 수사 중은 814명(38.3%)다. 의료기관 오류는 35명이었다.

경찰이 지난 4일 오후 경남 거제시 고현동 신현제1교 주변에서 '거제 영아 살해 유기 사건과 관련해 영아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초수급자 혜택 중단 우려해 출생신고 못한 경우도…아동수당 신청 안내

지자체는 총 1095명(51.6%)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유는 ▲베이비박스 등 유기 601명(54.9%) ▲보호자 연락두절·방문거부 232명(21.2%) ▲출생신고 전 입양 89명(8.1%) ▲출생사실 부인 72명(6.6%) ▲서류 제출 불가, 아동소재파악 불가 등 기타 101명(9.2%) 등이다. 경찰은 814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범죄 연관성을 수사 중이다. 종결한 건은 281명이다. 경찰은 사망한 아동의 7명의 보호자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있어 검찰에 송치했다.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 1025명 중 704명은 출생 신고가 완료됐다. 46명은 출생신고를 할 예정이고, 21명은 해외에서 출생 신고가 이뤄졌다. 출생 신고를 할 예정인 46명의 신고가 늦어진 이유는 ▲친생부인의 소 등 혼인관계 문제 36명(78.2%) ▲보호자 중 1명이 미등록 외국인으로 혼인·출생신고 지연 5명(10.9%) ▲미혼모로 출생신고에 대한 부담·지연 4명(8.7%) ▲외국거주 1명(2.2%) 등이다. 혼인 관계가 종료된 시점과 아이를 가진 시점이 비슷해 친부가 누구인지 소송으로 다투느라 출생 신고가 경우가 36명인 셈이다. 해외에서 출생신고가 이뤄진 21명은 보호자 중 1명이 외국인으로, 해외에서만 출생신고를 했다.

사망 아동 222명은 병사 등으로 인한 사망이다. 지자체가 사망 신고 또는 사망진단서, 시체검안서 등으로 아동의 사망을 확인한 경우다. 사망 사유는 병사 등으로 추정된다. 의료기관이 오류를 일으킨 35명은 ▲사산·유산인 경우에도 임시신생아번호 부여(20명) ▲임시신생아번호 중복(1명) ▲임시신생아번호 오등록 등(14명) 등이다.

정부는 이미 출생신고가 이루어졌거나 할 예정인 아동 771명이 어떻게 키워지고 있는지 양육 상황도 확인했다. 그 결과 ▲가정 내 양육 378명(49.0%) ▲입양 또는 시설입소 354명(45.9%) ▲친인척 양육 27명(3.5%) ▲가정위탁 등 기타 12명(1.6%) 등이다.

조사 과정에서 45건은 보호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복지서비스 연계를 지원했다. 어머니, 아동과 함께 거주 중인 A씨는 출생신고를 하려 친생부인의 소를 청구하고 싶었으나 비용 부담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민센터 담당자는 소송 지원을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연계해주고, 아동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소에 연계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공적급여도 지원할 예정이다.

지자체가 출생신고를 도운 경우는 43건이다. B씨는 교제하던 남자와의 사이에서 혼외 자녀를 출산했고, 처음에는 남자 쪽에서 아이를 키웠다. 그 뒤 B씨가 아이를 데려와 홀로 키웠는데, 남자 쪽에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러나 B씨는 출생신고를 하면 사실혼 관계로 인정되어 기초수급자 혜택이 중단될 것이 걱정돼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주민센터 담당자는 가정양육수당과 아동수당을 신청하도록 안내하고, 출생신고를 완료했다.

출생 미신고 아동을 낳을 당시 보호자 연령은 ▲10대 230명(10.8%) ▲20대 866명(40.8%) ▲30대 이상 1027명(48.4%) 등이다.

그래픽=정서희

◇정부, 보호출산제 조속한 국회 통과 적극 지원

정부는 출생미등록 아동이 방치되어 왔던 그간의 문제점을 개선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임시신생아번호로만 남아 있는 외국인 아동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통합관리시스템에 남아 있는 보호자가 외국인인 아동을 법무부의 등록외국인 정부와 대조하고, 출국 여부를 확인한다.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 사실조사와 연계해 지난 17일부터 10월 말까지 출생미등록 아동 신고기간을 운영한다.

복지부는 보육료, 아동수당 등 4종의 급여에 대해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가 부여된 아동의 관리번호 발급 사유를 확인하고 주민등록번호 전환 상황 등을 조사한다. 동시에 아동의 소재·안전도 파악한다.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는 주민등록번호로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하기 어려운 경우 발급하는 13자리 번호다. 또 임시 신생아 번호로 남아 있는 아동에 대해 주기적으로 출생신고와 안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 중이다.

또 복지부는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출생통보제가 내년 7월 시행될 때 보호출산제가 동시에 도입될 수 있도록 관련 법안 국회 통과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보호출산제는 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 실명을 밝히지 않고 출산할 수 있도록 하고, 아동은 지자체가 출생등록하고 보호조치하는 제도다. 출생과 관련한 기록은 공적 기관에 이관돼 영구 보존된다.

정부는 형량이 가벼운 영아살해죄를 폐지하고 일반 살인죄가 적용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만큼, 영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한부모 등 위기 임산부가 양육을 포기하지 않도록 임신·출산·양육 지원 강화 방안도 관계부처 합동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출생미등록 아동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동의 소재와 안전 확인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근본적 해결을 위한 보호출산제의 법제화, 한부모 등 위기 임산부 지원대책 마련을 통해 태어난 모든 아동의 안전한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