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4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실업급여 제도 개편과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연구한 결과 전 세계에서 유례 없이 한국만 구직급여를 받으면 최저임금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소득이 역전되는 부분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은주 정의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노동개혁과 고용보험제도 개혁은 노동조합을 때려잡는다든가, 취약계층을 때려잡는 게 아니라 노사 관계가 합리적으로 발전하고 취약계층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2일 개최한 실업급여 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었다.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아 실업자가 취업을 할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직장을 반복해서 그만둔 후 실업급여를 타는 수급자가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자리였다. 현재 실업급여가 월급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도 일부 벌어지고 있다.

이 장관은 실업자가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지 않도록 개편하려는 것에 대해 “재정 건전화 목적이 아니다”라며 “실업과 실업급여 수급이 반복되면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빨리 재취업을 촉진해 자립을 도와드리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제도를 폐지하려는 게 아니다.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지속가능한 고용보험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반복 부정수급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실업급여 수급자) 10명 중 7명이 하한액을 적용받고 있다. 그리고 하한액을 적용받는 10명 중 4명은 실직 이전 세후 근로소득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실업급여 수급자가 최저임금 일자리로 취업하게 되면 유일하게 실소득이 줄어드는 나라”라고 했다. 이 장관은 이 분석이 맞는다면서 “OECD는 반복 수급 또는 형식적인 구직 활동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근무일(유급휴일 포함) 기준으로 180일 이상 일한 사람 중 비자발적으로 실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사회보험이다. 이직 전 3개월간 1일 평균임금의 60%를 근속년수에 따라 120~270일간 지급한다. 이 금액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경우 최저임금의 80%를 하한선으로 정해 지급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실업급여 하한액 기준을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낮췄지만,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으로 최저임금이 크게 높아지면서 하한액 자체가 높아졌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야권은 국민의힘이 지난 12일 개최한 공청회에서 나온 발언을 비판했다. 참석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담당자는 “장기간 근무하다 갑자기 실업을 당한 남자분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온다”면서 “계약 기간이 만료된 여자분들과 청년들은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온다. 그리고 실업급여를 받는 도중 해외여행을 간다. 자기 돈으로 살 수 없었던 샤넬 선글라스나 옷을 산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고용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고 정당하게 수급하는 실업급여”라며 “고용노동부가 여성과 청년 전체를 사치나 즐기는 모럴해저드 집단으로 취급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장관은 자신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담당자처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 담당자에 대해 “13년 동안 이 업무를 담당했는데, 짧은 시간 동안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제도 취지에 맞게 실업급여가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일부만 부각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실업급여 하한 폐지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 중 적극적으로 (구직) 노력을 안 한다는 우려도 있고, 재취업률이 극히 낮다”며 “실업급여 관련해서 하한을 조금 낮추면 어떻겠느냐 의견 제시도 있었다. 개선 여지가 있으면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브리핑에서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syrup) 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실업급여 받는 분을 조롱하고, 청년, 여성, 계약직 노동자를 모욕하고 비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