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제조 기계(좌), 초밥 제조 기계(우)/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9일 오후 2시, 학원가에 위치한 경기 용인시의 한 분식집 안은 허기를 달래러 온 학생들로 북적였다. 20평 남짓한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은 주인과 점원까지 단 2명뿐. 하지만 어쩐일인지 손님들이 주문한 김밥과 튀김, 떡볶이는 순식간에 조리돼 나왔다. 김밥 한 줄이 완성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40초.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대부분의 업무를 도맡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밥은 김 위에 밥을 펼치고, 7~8개 재료를 올린 뒤 말고, 잘라내는 복잡한 조리 과정 때문에 사람 손이 필요한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 분식집에서는 라이스 시트기와 절단기가 작업의 상당 부분을 하고 있다. 라이스 시트기가 2~3초 만에 밥을 골고루 펼치면 직원은 각종 재료를 넣고 말기만 하면 된다. 말린 김밥을 절단기에 넣으면 1분도 안 돼 10등분이 된 김밥 한 줄이 완성된다.

떡볶이는 아예 기계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든다. 기계에 떡과 야채, 양념 등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뚜껑에 달린 회전 날개들이 재료들을 적절히 섞어 2분 만에 금세 완성된 떡볶이를 내놓는다.

기계들 덕에 주인은 오랫동안 가게 앞에 붙여 놨던 ‘구인 공고’도 뗐다. 30대 주인 이 모 씨는 “알바생들이 오래 일하는 경우가 드물어 항상 구인 공고를 올려놨는데 갈수록 지원자가 줄어 친구들에게까지 (일해달라고) 구걸을 해왔다”며 “인력 문제로 매일 골머리를 썩일 바에 차라리 큰돈을 들여 기계를 들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을 제외하고) 알바생 2~3명이 고정적으로 필요했는데, 지금은 1명이면 충분하다”며 “인건비나 보험료로 나가는 돈도 굳고 근태 걱정, 채용 걱정도 사라지니 (기계를 들인 게) 너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인력난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아예 종업원 찾기를 포기하고 최근 기계로 인력을 대체하는 자영업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계를 도입한 초밥집에선 기계가 초밥을, 국밥집에선 기계가 깍두기를 대신 만든다. 목돈이 들어간다는 부담도 잠시, 기계를 들인 자영업자들은 인력난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인건비 절감은 물론 최저임금 인상 타격에서도, 아르바이트생과의 갈등에서도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이 씨의 경우 기계들을 구입하는 데 1000만원 정도가 들었다. 올해 최저임금 9620원을 기준으로 하면 한 사람의 인건비(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기준)는 월 200만원가량이다.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5개월 고용할 비용으로 기곗값이 충당되는 셈이다. 기계를 들이고 아르바이트생도 5명에서 3명으로 줄여 실제 절감된 비용은 훨씬 크다.

일손 돕는 서빙 로봇/연합뉴스

힘든 일을 맡아주는 기계 덕에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 국밥집을 하는 홍 모(63) 씨는 “올해 깍두기 기계를 들인 후 가게 운영이 한결 나아졌다”고 말했다. 깍두기 기계는 무를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주는 기계로, 무 400kg를 1시간 만에 썰 수 있다. 기계를 들이기 전, 알바생들과 매일 3~4시간씩 들여 무를 썰어야 했던 홍 씨는 “손도 많이 가고 힘이 들어 알바생들을 관두게 만드는 일 중 하나였는데, 기계가 대체해 주니 알바생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인건비도 절약됐다”며 상황을 전했다.

초밥 기계를 들인 초밥집 주인 김 모(35) 씨도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통해 300만원에 기계를 들였는데, 둘이 하던 일도 이제 혼자 할 수 있게 됐다”며 “포장 업무나 청소도 기계를 써서 대체할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배달 전문 초밥집을 운영하는 김씨는 지난해 말 초밥에 들어가는 밥을 매끄럽게 다듬어주고 , 와사비까지 자동으로 얹어주는 기계를 구매했다.

자영업자들이 이처럼 기계 도입에 열을 올리는 건 서비스업에 지원하는 인원 자체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음식점 서비스업 부족 인력은 2019년 하반기 1만2000명에서 작년 하반기 6만2000여명으로 급증했다. 고용원을 두지 않는 자영업자들도 늘었다. 올 4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만6000명(1.3%) 늘어난 429만8000명이었다. 전체 자영업자의 4분의 3(75.2%)에 달한다. 5년 전인 2018년 4월(71.3%)보다는 3.9%포인트 증가했다.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도 자영업자들에겐 부담이다. 최저임금은 2018년 7530원에서 2023년 9620원으로 급등했다. 정부는 현재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돌입했는데 노동계는 올해보다 26.9% 높은 1만2210원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