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는 여의도공원을 동편과 서편 건물의 높이가 크게 다르다. 동여의도에는 파크원과 IFC, 전경련회관, 63빌딩 등 200~300m 수준의 고층빌딩이 늘어서 있는 반면, 서여의도는 41~51m 고도 제한이 적용되고 있다. 국회의사당의 높이에 맞춘 것이다. 이 같은 규제가 풀린다.
◇고도지구 1972년 도입…50년 만에 '합리적 관리' 전환
서울시는 30일 고도지구를 일률적으로 규제하지 않고 합리적인 관리로 전환하기 위한 '신(新) 고도지구 구상(안)'을 발표했다. 구상안은 다음달 6일부터 열람공고를 실시한다.
고도지구는 도시경관 보호와 과밀 방지를 위해 건축물 높이의 최고한도를 정하는 도시관리계획이다. 서울시는 1972년 남산 성곽길 일대에 고도지구를 최초 지정한 이래 남산·북한산·경복궁 등 주요 산과 주요 시설물 주변 8곳을 고도지구로 지정해 관리해왔다. 전체 면적은 9.23㎢로 여의도 3배 면적이다.
시간이 흐르며 고도지구 규제로 주거 환경 개선이 어려워지고 낙후된 지역이 나타나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 주민들은 규제 개선을 요구했고, 서울시는 전문가, 자치구 논의를 거쳐 제도를 재정비했다. 신 고도지구 구상안은 다음 달 6일부터 20일까지 열람 공고를 한 후 시의회 의견 청취와 전략환경영향평가,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말쯤 확정된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덕성여대 차미리사기념관을 방문해 북한산 주변 고도지구 현황을 살폈다. 오 시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주거환경이 정비되면서 특히 강북 지역 주민 여러분이 더 이상 재산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될 것"이라며 "경관을 그대로 보존하되 지나치게 규제가 된 부분을 이번에 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여의도 빌딩, 동여의도 가까워 질수록 높아진다
큰 변화가 나타날 곳은 서여의도 일대다. 현재는 41m, 51m(해발고도 기준 55m, 65m) 고도 제한이 적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국회의사당 주변 고도지구'는 국가 중요 시설물인 국회의사당 경관 보호를 고려해 고도지구를 유지하되, 동여의도 스카이라인과 연계해 75~170m로 고도제한을 대폭 완화한다. 국회의사당에서 여의도 공원으로 갈수록 75m, 120m, 170m 등 점층적으로 높아지도록 완화해 도심 기능을 활성화한다. 이 경우 업무시설을 최고 43층까지 올릴 수 있다.
'남산 주변 고도지구'는 노후된 도시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남산 조망 영향과 지형, 용도지역을 종합 검토해 높이를 세밀하게 관리한다. 당초 고도제한이 12m·20m로 적용되고 있었으나, 12~40m로 세분화했다. 약수역 일대 준주거지역 역세권 지역은 고도제한을 20m에서 지형 차를 고려해 32~40m로 완화한다. 최고 13층 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고도제한을 완화하기에 앞서 한남대교·녹사평대로·서울역 앞 등 주요 조망점에서 남산 정상을 바라본 모습과 소월로·소파로 등에서 도심지를 내려다보는 조망 등 다각도로 경관 시뮬레이션 검토를 진행했다.
고도지구 중 규모가 가장 큰 북한산은 제2종일반주거지역의 고도 제한을 현재 20m에서 28m까지 완화한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정비사업 시에는 최고 15층(45m)까지 추가 완화할 방침이다. 다만 추가 완화 시에는 북한산 경관관리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추후 도시계획 관련 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결정된다. 옆으로 긴 건축물 입면이 나타나지 않게 하고, 북한산 통경축을 확보하며 북한산 방향 주요 가로변은 저층으로 배치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기·평창 고도지구는 지형 높이 차에 따라 심의를 거쳐 최대 8m까지 완화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추가했다.
서울시는 경복궁 주변 지역은 경복궁이라는 중요 문화재의 경관 보호를 위한 고도 제한의 목적이 명확하다고 판단했다. 일부 중복규제 지역에 대한 지구 조정(0.19㎢)을 제외하고는 현행 건축물 높이 규제를 그대로 유지한다.
◇서울~부천 사이 고도지구 해제…서초동 지방법원·검찰청 앞 고층빌딩 들어선다
관리할 필요성이 없거나 실효성이 없는 지역은 고도지구를 해제하거나 범위를 조정했다. 이에 따라 고도지구는 8곳(9.23㎢)에서 6곳(7.06㎢)로 줄었다. 서울시는 구로구 '오류 고도지구'와 서초구 '법원단지 주변 고도지구'를 해제한다.
'오류 고도지구'는 서울시와 부천시가 서로 확장하면서 경계 지역이 연담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90년 고도지구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미 일대에 아파트가 들어섰고, 부천 지역은 고도지구가 해제됐다.
'법원단지 주변 고도지구'는 국가 중요시설이 아닌 지방법원과 검찰청 때문에 설정됐다. 서울시는 국가중요시설인 대법원, 대검찰청과 달리 지방법원·검찰청 전면지역 높이를 제한하는 것은 강남 도심 내 효율적 토지 이용을 막는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고도지구를 해제하고, '서초로 지구단위 계획'으로 관리해 도심 기능을 활성화한다.
자연경관지구(3층12m이하), 제1종일반주거지역(4층이하), 공원 등이 고도지구와 중복으로 결정되어 있어 규제 실효성이 없는 지역(1.85㎢)은 고도지구를 조정하고 규제를 단순화한다. 구기·평창, 남산·북한산·경복궁·국회의사당 주변 고도지구가 해당한다.
한강변 경관관리를 유연하게 하기 위해 한강변 '역사문화 특별경관지구'를 해제한다. 서울시는 한강변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변을 따라 선형으로 지정된 역사문화특화경관지구(1.44㎢)는 건축물 높이가 4층 이하(완화 시 6층)로 제한돼 규제 완화 요구가 컸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원을 포함해 실효성이 적다는 점도 고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