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할 수 있음에도 일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2030 세대가 6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니트(NEET·교육을 받거나 직업 훈련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족(族)이 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취업난,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늘어나는 임금 격차...이런 여러 요인들이 한창 일해야 할 젊은이들을 ‘그냥 놀게’ 만들어 버린다. 젊은이들이 도전하지 않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 새로운 인력이 수혈되지 않는 노동시장은 생산과 소비가 멈춰 경제 전체의 조로(早老)화를 부른다. 경제활동인구로의 편입을 포기한 2030 세대가 급증한 원인과 영향, 그 대책을 5부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2년째 구직 활동을 멈추고 집에서 쉬고 있는 윤희원(27) 씨는 지난 3월 정부의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해 생긴 50만원의 공돈으로 최근 2박3일 일본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이 사업은 6개월 이상 취업·교육·직업훈련에 참여한 이력이 없는 구직 단념 청년 등을 대상으로 짧게는 40시간, 길게는 200시간 자신감 회복, 진로 탐색,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50~300만원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윤 씨는 직접 계획한 프로그램을 통해 MBTI와 퍼스널 컬러 검사(자기 외모와 피부색 등에 어울리는 색상을 알려주는 것), 제과제빵·조향·유튜브 동영상 편집 등 평소 취미와 관련한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다. 모의 면접 실습, 스피치 강의, 자기소개서 작성법과 같이 실제 취업에 필요한 수업도 수강했지만 윤 씨가 이미 대학교 취업지원센터에서 들은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어차피 놀고 있을 땐 밖에선 돈을 내고 들어야 하는 (정부가 지원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공짜로 듣고 50만원도 받을 수 있어 좋았다”며 “취업해 봐야겠다는 의욕이 크게 생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취업자에도, 실업자에도 해당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는’ 청년 인구가 60만명을 넘어선 실정이지만 정부의 청년 고용 정책은 구직 의향이 있는 대졸자를 대상으로 한 현금 지원에만 머물러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청년 고용 패러다임을 대규모 장려금 중심에서 직업 탐색과 교육 위주로 바꾸기로 했지만, 아직도 큰 실효성은 없다는 평가다. 특히 니트족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들이 처한 상황별로 접근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학력 대졸 니트족에 대해선 무엇보다 자기효능감(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을 높이는 방안이 절실하다.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3 상반기 정보보호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 청년 니트 통계 전무... “처한 상황별로 다른 접근 필요”

우리나라는 청년 니트와 관련한 정부 주도의 통계가 없다 보니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4주간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 이유로 ‘쉬었음’이라고 답한 이들을 묶어 구직 단념 청년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 정책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 일본처럼 니트가 된 원인이나 구직 희망 여부에 따라 구직 단념 청년을 유형화해 특성별로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U는 니트를 ▲전통적인 실업자 ▲가사와 가족 돌봄,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니트가 된 집단 ▲능력 부족이나 의욕 저하, 사회부적응 등을 이유로 니트가 된 집단 ▲더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 중인 집단 ▲문화, 예술이나 오락 등 자기만족을 위해 자발적으로 니트가 된 집단으로 구분한다. 일본은 구직형, 비구직형, 비희망형으로 나눈다.

20일 서울시내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한국고용정보원은 2021년 국내 과거 연구를 토대로 니트족을 ①취업 준비·구직형 ②진학 준비형 ③돌봄 가사형 ④비구직형 ⑤심신장애형 ⑥군입대 대기로 구분했다. 그러면서 구직 의향이 거의 없는 진학준비형과 군입대 대기를 제외하고 심신장애형, 비구직형, 돌봄 가사형, 취업 준비·구직형 순으로 더 많은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령 심신장애형은 회복·재활을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먼저 제공한 뒤 고용 정책 지원을 해야 하고 비구직형은 구직의욕을 되살리기 위한 1대1 상담과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 돌봄 가사형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노동시장에 진출할 유인을 높여주고 취업 준비·구직형은 취업정보 제공을 비롯해 고용장려금, 직업훈련 등의 정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재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EU 국가들처럼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행정 데이터를 통해 청년들이 경제활동을 안 하는 징후가 발견되면 곧바로 직접 방문해 상담하고 직업훈련을 시켜주는 등 각종 지원을 통해 일자리로 끌어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일자리를 찾으러 오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니트족을 발굴할 수 있는 수많은 행정 데이터가 있음에도 개인정보 보호 미명 아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 고졸 니트는 인적자본 형성 돕고 대졸 니트엔 진로 탐색·심리 지원을

우리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직접 공공 일자리를 만들거나 고용장려금을 지급하고 직업 훈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대부분 취업 의사가 있는 이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마저도 최소 전문대학 졸업장을 가졌거나 문화재 보호 및 조사, 수산자원 조사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고용정보원은 ▲고졸 이하 취업 준비·구직형 니트족(2021년 기준 30만7000명) ▲고졸 이하 돌봄 가사형 니트족(9만1000명) ▲심신장애형 니트족(5만2000명) 등이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노현주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고졸 이하 니트의 경우 인적자본의 형성이 취약하다는 특성과 함께 낮은 연령에서 비롯되는 일에 대한 정보와 경험 부족이 니트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직업 체험과 진로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고등학교부터 모든 교내에 청년지원센터를 설치, 교육 과정 종료 시기에 발생하는 니트를 발굴하고 개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적자본은 개인이 보유한 능력, 지식, 기술 숙련도, 건강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대졸 니트족이 무분별한 스펙 쌓기로 인적자본을 과다하게 많이 형성한다면 고졸 니트족은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교육이나 자격증 취득 경험이 너무 적어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학력 대졸 니트에 대해선 진로 장벽을 경험하지 않도록 대학 입학 시점부터 학생들의 진로 탐색에 관심을 두고 설정에 어려움을 갖는 학생들의 현황을 파악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박화춘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학교의 진로와 취업 지원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수록 진로 장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부분 대학에서 진로, 취·창업을 위한 온라인 시스템을 운영 중이나 운영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학생들의 인식과 활용이 저조하므로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중장기적인 진로 개발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장려금, 취업 비용 보조 등 현금 지원이 아닌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청년패널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자기효능감이 낮을수록 청년 니트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며 “청년 니트를 위한 정책 프로그램 내용에 자기효능감을 높이기 위한 교과 내용을 강화하고 이를 중요한 성과 지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고학력 청년 니트의 경우 정신적으로 위축돼 있고 무기력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심리적 지원을 우선해야 한다”며 “특히 고학력 청년들은 직업과 진로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데, 막상 원하는 직장에 가기 어렵고 취업하더라도 생각보다 낮은 급여와 센 근무 강도 때문에 좌절하고 다시 부모의 품에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