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는 진로 탐색 방안을 알려주는 수업을 특정 직업을 소개하는 온라인 동영상 시청과 MBTI(미국에서 만든 성격 유형 검사) 검사로 대체하고 있다. 기존에는 외부 전문 강사를 섭외해 진행 했지만, 예산이 부족해서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대학 입시가 중요한 학생들도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진로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대학 입시에만 매몰되는 원인 중 하나로 초·중·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맹탕 진로교육이 지목된다. 각 학교에서 재량적으로 진로 탐색 수업을 운영하는데 일부 학교에선 동영상 시청으로 대체하거나 심리검사지를 나눠주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23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초등학교의 경우 정규 교과 과목에 주 1회, 40분 간 '진로' 수업을 편성하도록 돼 있는데 대부분의 학교에서 코딩 수업을 한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컴퓨터 관련 학사 학위만 있으면 전문 자격증이나 경력이 없는 사람도 수업을 가르칠 수 있어 수업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천의 한 중학교. 기사와 관련 없음./뉴스1

중학교는 진로 탐색 수업을 들을 지 여부가 학생의 선택 사항이다. 2016년 이후로 자유학기제를 도입해 진로탐색, 주제선택, 예술·체육, 동아리 활동 등 4가지 활동수업을 170시간 진행하고 있다. 이때 학생이 진로탐색 활동을 선택하지 않으면 관련 교육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고등학교에는 정규 교과 과목 중 자율·동아리·진로·봉사활동을 3년 동안 408시간 이수해야 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있지만, 대다수 학교가 수능 등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을 위해 자율학습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으로 진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는 고등학교도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예산이 부족한 학교는 요리사, 프로그래머와 관련된 영상으로 대체하거나 인터넷에서 인쇄한 심리검사지를 나줘주는 식으로 진로 교육 시간을 메꾸고 있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진로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무규정만 있을 뿐 구체적인 수업 방법은 학교 재량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진로 교육은 학생들이 다른 길을 찾지 못하고 대입에만 몰두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작년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2 초·중등 진로교육현황조사'에 따르면 장래 희망이 없다고 답한 학생 비율은 중학생 38.2%, 고등학생 27.2%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해 대학진학률은 73.3%다. 다수가 구체적인 장래 희망도 없이 대학에 진학하고 전공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덴마크는 공립학교 9학년을 마친 학생이 적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1년 동안 진로교육을 하는 '애프터스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전문교사가 투입돼 학생들이 관심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상담하는 식이다. 아일랜드는 고등학교 진학 전 1년 동안 '전환학년제'를 진행, 교사·학부모·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상담을 진행하면서 특강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