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 서울숲 옆에 세계 최대 규모의 창업 지원 시설이 들어선다. 양재동에는 인공지능(AI)에 특화한 ‘테크시티’가 조성된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글로벌 수준의 유니콘 기업을 50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를 세계 5위 창업도시로 도약시키겠다면서 이 같은 내용의 ‘서울 창업정책 2030′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오 시장의 첫 번째 재임 시절인 2009년 시작한 ‘2030 청년창업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추진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27회 서울특별시 환경상 시상식'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에 따르면 이 창업 프로젝트로 2011년 17개였던 서울시 창업지원시설은 올해 현재 30개로 증가했다. 11년간 서울시 지원을 받은 1만40000개의 스타트업은 2만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매출액은 5조7000억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는 서울시 지원으로 성장한 37개 기업이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투자 혹한기가 찾아왔고, 많은 스타트업이 위기에 처해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삼표 레미콘 부지 ‘글로벌 미래업무지구’로 변모

서울시는 ‘창업정책 2030′ 사업에 총 1조6717억원을 투입한다. 성수동 삼표 레미콘 옆 서울숲 주차장 부지에 1000개 스타트업이 입주할 수 있는 ‘서울 유니콘 창업허브’를 조성한다. 면적은 10만㎡로 세계 최대 규모다. 성수 삼표레미콘 부지는 ‘글로벌 미래업무지구’로 변모한다.

프랑스 파리의 스타시옹 에프(3만㎡), 싱가포르의 JTC 론치패드(6만㎡) 같이 초기 단계 스타트업부터 예비 유니콘까지 입주하고 전문성을 갖춘 민간기관이나 기업들이 스타트업 선발·육성·투자를 책임진다. 서울시는 입주기업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전용 펀드를 조성해 직접 투자한다.

해외 창업거점도 확대한다. 현재에는 베트남 호찌민과 인도 벵갈루루에 있다. 이것을 올해 문을 여는 스페인(10월), 싱가포르(11월)를 포함해 미주, 유럽, 중동 등 20곳으로 늘린다.

전국 투자자의 84%가 집중된 강남구 테헤란밸리에는 민간·공공 투자 네트워크 ‘테헤란포럼’(가칭)을 출범해 내년부터 운영한다. 패션, 리빙(생활) 분야 예비·초기 창업자를 위한 ‘창세권’도 구축한다. 기부채납 시설을 활용해 동교동, 흑석동, 아현동, 신정동, 장안동, 한강로동, 녹번동 총 7곳에 총 4만6600㎡ 규모의 공유오피스를 조성하는 등 단기형 창업 공간을 최대 700곳 공급한다.

2025년까지 25개 전 자치구에 조성될 청년취업사관학교를 기반으로 개발 인재를 연간 1500명씩 스타트업 현장과 연결해 2030년까지 1만명이 취업하도록 돕는다. 대학 캠퍼스타운은 올해부터 연간 800팀의 예비·초기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다. 이 중 연 30팀은 캠퍼스타운 기업성장센터(광진구 소재)를 통해 종합 지원한다.

서울시 제공

◇수서에 로봇, 여의도에 핀테크, 홍릉에 바이오, 양재에 AI

4대 미래산업인 핀테크, 바이오, 인공지능(AI), 로봇 분야 스타트업도 육성한다. 로봇은 2026년까지 성장펀드 2000억원을 조성해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시립노인요양센터, 시립병원 등에 돌봄로봇을 시범 도입한다.

수서 일대는 ‘서울 로봇테크센터’를 중심으로 로봇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로봇 테마공원과 과학관을 만들고 로봇 아카데미를 운영해 2030년까지 1천500명의 인재를 육성한다. 핀테크는 100개 핀테크 스타트업이 입주한 서울핀테크랩(여의도)에 제2핀테크랩(마포)을 통합해 2030년부터 170개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키워낸다.

바이오는 홍릉 바이오 클러스터 내 서울바이오허브 글로벌 협력동(올해 11월)과 R&D지원센터(2025년 2월), 첨단의료기기개발센터(2027년 2월)를 차례로 개관한다. 2030년까지 1조6천억원 규모의 펀드도 만든다. AI는 인재와 기업, 연구기관을 위한 문화·주거공간까지 갖춘 ‘AI 서울 테크시티’를 2028년 양재동 양곡도매시장 부지에 20만㎡ 규모로 조성한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제조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고척동 서울남부교도소 이적지에 ‘서울제조창업허브’(1만7652㎡)를 2027년 구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