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마와르'가 괌을 덮쳤던 지난달 말 현지로 여행을 다녀온 A(36)씨는 요즘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다른 여행객들이 괌에서 받은 영수증을 구하느라 분주하다. 현지에서 지출한 금액을 부풀려 여행자 보험금을 더 타려는 목적에서다. A씨는 "여행객들 보험사가 다 다르고 영수증을 일일이 대조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 (남의 영수증을 제출했다는 사실이 적발될 것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카카오톡 채팅방엔 A씨처럼 타인의 괌 여행 영수증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약 400명이 모인 이 채팅방은 태풍이 덮쳤을 당시 괌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지난달 '슈퍼 태풍' 마와르의 영향으로 5월 22일부터 현지 국제공항 운영이 중단돼 국내 관광객 3400여 명이 일주일 넘게 현지에 발이 묶였다가 5월29일부터 귀국길에 오른 바 있다.

채팅방에 모인 피해 관광객들은 서로 피해 상황과 구제 방법, 보험금 청구 방법을 공유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 '영수증 품앗이'까지 하고 있다. 카톡방에선 '영수증을 잃어버렸다'거나 '영수증이 비에 젖었다'는 핑계와 함께 영수증을 공유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친다. 영수증을 공유해달라고 하기 전에 아예 자신의 영수증을 먼저 찍어 올리는 이도 있다. "마트와 햄버거 가게 등을 합하면 100달러 정도밖에 안 되지만 영수증 필요하신 분이 있으면 보내드리겠다"는 식이다. 이들은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메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영수증을 공유한다.

괌 태풍 피해 여행자들이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현지 영수증을 공유하는 모습./독자제공

이들이 영수증 품앗이에 이렇게 열을 올리는 이유는 보험금을 타려는 게 주 목적이다. 보험사가 판매하는 여행자 보험 상품은 비행기 결항, 지연 등으로 체류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현지에서 사용한 금액을 일부 보전해 준다. 보장 금액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50만원 정도다. 이번 괌 태풍으로 현지에 발 묶였던 한국인은 3400여 명에 이르러 보험사 직원이 일일이 영수증을 대조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타인의 영수증으로 보험금을 수령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전형적인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지적한다. 허위 청구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은 많아 봐야 50만원 선이지만, 벌금 상한선은 최대 50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보험금을 부정 수급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입건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가 어떻게 걸러내겠냐"는 식의 배짱을 보이는 이들도 상당수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금액이 소액이고 해외에서 소비한 건이기 때문에 여행자들이 안일한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적발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 여행자가 늘면서 금감원 같은 당국에서도 기획 수사에 나섰고, 보험사 측에서도 AI를 활용해 보험사기를 적발하려 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인의 영수증을 사용해 보험금을 타 가려는 일부 여행객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단체방에서 영수증 공유 장면을 목격한 여행객들은 이를 "양심의 문제"라면서 "보험사기 현장을 캡처하겠다", "금감원에 신고하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