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노동계를 대표해서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다. 경사노위에 불참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복귀한 후 7년 5개월 만이다.

7일 오후 전남 광양경찰서 앞에서 노동운동 탄압 분쇄와 경찰 폭력 만행 규탄하는 한국노총 긴급 투쟁결의대회 마무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은 7일 낮 12시 30분 한국노총 전남 광양 지역지부 회의실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다만 경사노위를 탈퇴할지 여부는 김동명 위원장 등 집행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오는 8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집행위 논의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참여를 중단하는 것은 시위를 벌이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경찰이 진압한 것이 계기가 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포스코복지센터 앞 도로에 7m 높이의 철제 구조물(망루)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김 처장을 진압했다. 김 처장은 진압하기 위해 사다리차를 타고 다가오는 경찰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해 다치게 한 혐의로 지난 2일 구속됐다.

한국노총은 경찰이 김 처장을 진압한 것을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날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광양에서 연 것도 정부에 항의하는 차원이다. 김 사무처장 진압을 막으려던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도 경찰에 붙잡혔다.

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뒤 현장 기자들에게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며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노동계에 대한 강력한 탄압에 맞서 전 조직적으로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한국노총 집행부는 중앙집행위를 마친 뒤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을 벌였던 현장으로 이동해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경찰의 폭력 진압에 유혈 진압된 것은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 김준영 사무처장만이 아니라 한국노총 150만 조합원이고 2500만 노동자의 삶"이라면서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결의대회 후 광양경찰서까지 2㎞를 가두 행진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높이 7m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이 진압에 나선 경찰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밤부터 도로를 막고 망루를 설치해 불법집회를 벌인 혐의로 금속노련 간부들을 체포하고 정글도와 석유통, 쇠막대기 등을 압수했다. /전남경찰청 제공

한국노총은 2016년 1월 박근혜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양대 지침을 추진하자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에 불참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노동계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진행한 만찬 회동을 한 뒤 노사정위에 복귀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등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한국노총을 비롯해 노동계와 갈등을 겪고 있다. 정부와 한국노총 간 감정이 악화된 가운데 한국노총이 7년 5개월 만에 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면서 노동계와 정부 사이의 공식적인 대화 창구가 닫히게 됐다.

경사노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중단'을 결정했다"며 "위원회는 한국노총의 결정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며 "더 나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를 구축해 미래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사회적 대화"라고 했다.

경사노위는 "한국노총 입장을 존중하지만, 산적한 노동개혁 과제 해결을 위해 대화에 다시 나서주길 희망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노사정 대화가 새롭게 시작되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