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달러(dollar) 등 외화로 만든 '달러북' '캐시북'이 인기다./트위터 캡처

미 달러화, 중국 위안화 등 실물 화폐를 담은 일명 ‘캐시북(cash-book)’이 네이버 등 이커머스에서 판매되고 있다. 기업에서 거래처 선물용으로 구매하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인데, 외국환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데도 감시망에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네이버 쇼핑에서 ‘달러북’, ‘위안화북’을 검색하면 10여개 업체가 올린 판매 글을 확인할 수 있다. 업체는 다르지만 대부분 소형 클리어파일처럼 생긴 지갑에 실제 달러화나 위안화를 넣은 형태의 제품을 판매한다. 1달러짜리 화폐 10개를 담은 달러북이 1만8800~1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달러북을 제조·판매하는 한 업체 대표는 “주로 여행사와 은행에서 (고객 선물용으로) 많이 주문하고 골프장이나 기업 주문량도 많다”고 설명했다.

실물 화폐를 거래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미화 5000달러 이내에서 국내 거주자(개인)끼리 화폐 수집용이나 기념용으로 외화를 거래할 수 있다. 거래의 목적이 ‘매매차익’이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캐시북은 사업자와 개인 간의 거래에 해당한다. 사업자가 개인에게 외화를 판매하려면 기획재정부에 외국환 업무 취급기관으로 등록해야 한다. 현재 외국환 업무 취급기관으로 등록된 곳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다.

달러북·캐시북 판매업체 대부분이 외국환 업무 취급기관으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다. 이들은 은행에서 직접 외화를 환전한 뒤, 클리어파일 등 제품에 붙여 판매하고 있다. 업체 측은 외국환 취급업이 아니라 환전 대행 업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환전 대행 업무를 하려면 관세청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 역시 받지 않은 상태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등록 기관이 달러를 대량으로 사서 판매했다면 외국환 거래법 위반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며 “단순구매가 아니라 제작 의뢰를 했다면 구매자도 업체와 함께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달러북 제조·판매도 외국환 관련업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사업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검토하고 등록 대상 업체인지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며 “달러를 거래해 이익을 내는 만큼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달러북을 판매하는 한 업체 대표는 “환전업을 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고 관련해 특허까지 받았다”며 “필요하다면 (환전영업소 등록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