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많은 서울시민들이 아침 6시 41분 잠에서 깼다. 북한이 이른바 '우주발사체'를 남쪽으로 쏘아올리자 서울시가 경계경보를 발령하면서 휴대전화가 시끄럽게 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22분 뒤 서울시가 보낸 경계 경보가 잘못 발령된 것이라고 정정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다시 22분 뒤 서울시는 경계 경보가 해제됐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연달아 엇갈리는 경계 경보가 발효돼 출근길 시민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우왕좌왕하던 시민들이 네이버 검색에 몰리면서 네이버 모바일 앱도 한동안 먹통이 됐다.

북한이 31일 이른바 '우주발사체'를 남쪽으로 발사한 후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경계경보가 내려지자 섬 내 진촌2리 대피소 문이 열려 있다.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29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 이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했고,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 비정상적 비행으로 낙하했다.

행정안전부는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하자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에 해당하는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대청면에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경계경보는 적의 공격이 예상될 때, 공습경보는 적의 공격이 긴박하거나 실시되고 있을 때 발령된다. 백령도에는 사이렌이 울렸고, 주민들은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서울시 역시 이날 오전 6시 41분 시민들에게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위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22분 뒤인 오전 7시 3분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는 내용의 위급재난문자를 보냈다. 서울시의 경계경보 발령을 정정한 것이다. 그러자 서울시는 오전 7시 25분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 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가 31일 발송한 위급재난문자.
서울시가 발송한 안전안내문자.

서울시와 행안부의 경계경보 발령에 대해서는 각자의 입장이 엇갈린다. 먼저 서울시는 행안부가 발령한 경계경보 지역에 해당되지 않는다. 행안부는 서울시가 최초 발송한 위급재난문자에 대해 "서울시 경계경보 오발령은 행안부 요청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는 오전 6시 30분 행안부 중앙통제소가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는 내용의 지령 방송을 보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보도참고자료에서 행안부의 지령방송에 따라 경계경보를 발령했다면서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기 전에는 우선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상황 확인 후 해제하는 것이 비상 상황 시 당연한 절차"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경계경보를 잘못 발령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발령 해제'로 안전안내문자를 보낸 것도 같은 취지라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오전 7시 25분 상황 확인 후 경계경보 해제 문자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행안부 설명은 해당 문장 중 '경보 미수신 지역'은 백령면과 대청면 지역 중 기술적 결함 등으로 경보를 못 받은 지역을 가리키고, 이 경우 자체 경보를 발령하라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위급재난문자를 보내자 네이버 모바일 앱도 먹통이 됐다. 네이버 모바일 앱은 이날 오전 6시 44분쯤 '네이버 홈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습니다'는 문구가 표출됐다. 서울시가 경계경보를 발령했다는 문자 메시지 내용에 시민들이 갑자기 네이버에 접속해 관련 정보를 확인하려 하자 트래픽이 급증해 몇 분간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네이버 모바일 앱이 31일 오전 접속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와 행안부가 다른 내용의 위기재난문자를 발송하고 네이버 앱마저 먹통이 되자 시민들은 바쁜 출근길에 혼란을 겪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8)씨는 이날 아침 아기를 데리고 산책을 하던 중 서울시가 보낸 경계경보 발령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동시에 민방위 사이렌까지 울렸다. 이씨는 "사이렌이 울리고 내용도 잘 모르겠는 방송이 나와 불안했다"며 "네이버 앱은 접속이 안 되고, 서울시가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대피하라는데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8)씨는 자택서 출근을 준비하던 중 위기재난문자를 받았다. 김씨는 "사이렌이 울렸는데, 뭐라고 말하는지는 안 들렸다"며 "문자에서는 대피하라는데, 진짜 대피해야 하는 것 같았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갈 곳이 없어서 그대로 출근 준비를 했다"고 했다.

서울시가 오전 6시 32분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시민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리는 데 9분이나 걸렸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은 인공위성 등으로 지자체 등에 긴급 정보를 전달하는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을 통해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즉시인 오전 6시 30분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사실을 알렸다.

일본 정부가 31일 북한이 이른바 '우주발사체'를 남쪽으로 발사하자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오전 6시30분 부로 대피명령을 내렸다. 관련 문자메시지. /트위터 캡처
일본 총리관저가 31일 오전 6시 30분 북한이 이른바 '우주발사체'를 발사하자 오키나와 지역에 대피명령을 내렸다는 내용을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트위터 캡처

일본 정부가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 안 또는 지하로 피난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으로, 경보를 발령한 이유와 대피 장소가 간략하게 적혀 있다. 발송 주체는 총무성 소방청이다. 일본 총리관저도 오전 6시 30분 같은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한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인근 지하대피소는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 원하는 지역의 민방위 대피소 위치를 검색하거나 국민재난안전포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