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교정./뉴스1

공인회계사 준비생들이 모이는 연세대학교 전문직 준비반은 최근 입실 시험 자격을 선착순으로 부여했다. 120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입실 시험을 치르려다 지원자가 예상보다 많아 선착순이란 조건을 새로 내걸었다. 워낙 들어오려는 사람이 많다보니 일찍 지원하는 순으로 입실 시험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17일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숫자가 3년 전과 비교해 체감상 2배는 늘어난 것 같다”며 “대기업 입사를 위해 인턴만 3번을 한 학생도 봤는데, 준비 기간이 비슷하다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시험을 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강대 공인회계사 준비반 관계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기점으로 고시에 유입되는 1~2학년 학생들이 늘어났다”며 “남녀를 불문하고 어린 나이부터 정년 퇴직이 없는 직장을 꿈 꾸기 시작했다”고 했다.

대학생들이 취업 준비 대신 전문직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년 동안 인터십과 자격증 취득 등 고스펙을 쌓아 정년이 짧은 사기업에 취업하느니, 합격률은 낮아도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전문직종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전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공인회계사 1차 시험에 응시원서를 접수한 사람은 1만5940명으로 2020년(1만874명) 대비 약 46% 늘었다. 올해 법학적성시험(LEET)에는 전년보다 571명 많은 역대 최다인 1만3193명이 응시했다. 세무사 1차 시험 지원자는 2020년 1만1672명에서 매년 증가해 올해는 전년 대비 18.8% 증가한 1만7503명이다.

대학생들이 취업 준비 대신 전문직종을 선호하는 이유는 직업 안정성 때문이다. 못해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펙을 쌓아 대기업에 입사해도 정년이 짧아 불안하다는 것이다. 스펙을 쌓는 시간에 공부를 해 소득도 더 높고 오랜 기간 일할 수 있는 전문직에 도전한다는 생각이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26)씨는 “4대 법인에 회계사로 입사할 경우 연차가 낮아도 7000만~8000만원을 받는다”며 “퇴사하고 싶을 때 퇴사해도 커리어에 지장이 없다”고 했다.

전문직종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는 취업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코로나 여파로 다수 대기업이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시스템을 변경하면서 취업 문은 더 좁아진 상태다. 지난달 20대 이하 청년 취업자는 1년 전보다 약 12만5000명 줄어 2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나타났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안정함을 보장할만한 처우가 있어야 하는데, 사기업 처우가 나빠진 것”이라며 “전문직의 안정성을 보장할 만큼 사기업이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다들 전문직을 하고 싶어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