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 제작발표회가 16일 열린다. 여성가족부는 이를 앞두고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여가부는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영화 '첫 변론' 개봉과 관련해 어떤 조치를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 "피해자를 비난‧위축시키거나 (성폭력) 행위자를 옹호‧두둔하는 행위는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며 "사회 구성원 모두 피해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 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도 전날 성명을 내고 "그(박 전 시장)의 죽음으로 사건이 중도에서 종결됐지만, 성희롱 피해 직원은 아직도 온갖 고통과 수치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 여성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는 박원순 미화 다큐 제작 소식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슨 목적으로 그러한 다큐를 제작하려는지 그들의 인간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58개 회원단체, 17개 시‧도 여성단체협의회 소속 전국 500만 회원은 박원순 다큐멘터리 상영계획을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며 "만일,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피해 여성을 괴롭히는 행위를 계속하는 경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500만 회원은 즉각 행동으로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1월 직권조사 결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성희롱에 해당하는 언동을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사실로 봤다. 그러자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은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 결정 취소 소송을 냈고, 지난해 11월 1심에서 패소했다. 유족들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영화를 제작한 김대현 감독은 지난 11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1차 가해에 대한 여러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이것(영화 제작)을 2차 가해로 몰아갈 수 있느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성폭력 혐의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오후 개최되는 영화 '첫 변론' 제작발표회에는 원작인 '비극의 탄생'을 쓴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 등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