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자리 8연석 1억8000만원에 양도합니다"
가수 브루노 마스의 내한공연 관람권 예매가 시작된 지난 27일. 예매 사이트가 열린 지 45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되자 온라인상에는 암표 판매 글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관람권 가격은 장당 최고 25만원이었지만 암표 값은 100만원을 훌쩍 넘었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티켓 8장을 1억8000만원에 팔거나 외제차 한 대와 교환하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브루노마스 팬들은 "암표상들이 때문에 '피켓팅(피+티켓팅)'이 됐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암표상들이 많아지면서 정작 팬들은 예매사이트에 접속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공연 주관사 측은 부정거래 한 티켓을 모두 취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주관사 라이브네이션은 지난 3일 "SNS·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티켓의 부정 거래를 파악했다"며 "부정 티켓은 정보 확인 후 무효 처리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명 가수의 공연을 앞두고 암표가 기승을 부리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엔 공연장 같은 현장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졌다면 요즘엔 온라인이 주축이다. 본격적으로 암표 판매를 하는 이들은 '암표 조직'을 꾸리기도 한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티켓을 대량 구매하고 웃돈을 붙여 되파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암표 판매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이 같은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과연 온라인 암표상들은 법적인 처벌에서 자유로울까.
◇ '워너원 콘서트' 예매 매크로 돌린 일당... 징역형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 9137장을 구매한 조직의 일원들은 지난 2021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조직은 그룹 워너원의 콘서트 등 300여개의 콘서트 관람권을 암표로 판매했다. 원래 가격의 수십 배에 달하는 돈을 받고 판매하면서 수익을 늘려갔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정한근 판사는 2021년 1월 22일 정보통신망 침해 및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조직원 A씨와 B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티켓 구매에 필요한 예매사이트 ID를 모집한 A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주문한 티켓을 여러 장소에서 수령한 B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속한 암표 조직은 철저한 분업체계로 움직였다. 매크로 프로그래머가 A씨가 모집한 1200여개의 ID로 입장권을 대량 구매하면, 이를 C씨가 수령해 다른 조직원들이 판매 및 전달을 했다. 중고사이트나, 여행사, 지인 등을 통해 암표를 판매했고 브로커를 통해 중국으로 수출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법적인 처벌을 가했다. 재판부는 "실수요자의 공연관람 권리가 침해당했고 공연 관람권 판매사들의 업무가 방해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암표상 티켓 '매수'는 처벌 可... '매도'도 처벌해야
A씨의 경우처럼 온라인 암표상들은 법적 처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관람권을 매수한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할 뿐, 이를 되파는 매도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도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암표가 근절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암표 매수에 대해선 타인의 신분증·계정을 이용하거나 매크로를 돌릴 경우 업무방해죄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가 성립돼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를 온라인 상에서 매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승 위원은 "회사 측면에서의 처벌뿐만 아니라 소비자 측면에서의 처벌도 있어야 한다"며 "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온라인상에서 암표 호객 행위를 하거나 판매를 하는 것도 처벌할 수 있어야 암표 문제가 끊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 위원은 판매사의 책임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매사이트도 매크로 등 암표상들의 공격에 취약하지 않게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며 "인터넷 공간은 공격이 있으면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방화벽도 있기 마련이므로, 매크로처럼 비교적 쉬운 수법에 대해서는 방어 기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