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 서점에 취업 준비 과정에서 ‘필수 스펙’으로 여겨지는 토익(TOEIC) 자격증 문제집이 쌓여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청년들이 채용 전형에서 제출하는 토익(TOEIC) 성적 유효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취업 준비생들이 “드디어 2년 족쇄가 풀리는 것이냐”며 환호하고 있다.

현실화 된다면 그동안 기업이 원하는 토익 점수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지나치게 많이 들여야 한다는 학생들의 불만이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반면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5년 된 점수로 현재 실력을 평가하는 게 합리적인 아이디어냐”는 반론도 나온다.

◇ 與, 尹 공약 ‘누구나 토익 5년’ 추진...수험생 75%가 ‘찬성’

국민의힘 청년정책네트워크는 지난 1일 ‘누구나 토익 5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채용 전형에 제출하는 토익(TOEIC) 성적 유효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공무원 시험에서는 영어 성적을 5년 동안 인정하고 있는데 점차 공공기관, 민간기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코로나19 장기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며 취업 준비 기간도 길어진 만큼 공인성적에 대한 심리적 압박과 경제적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내세운 공약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번 연장안을 환영하면서 관련 공약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혁신처가 2020년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수험생 중 75.1%(3571명)가 연장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수험생의 응시료도 1년에 25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 전망해 취준생의 부담을 상당수 덜어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토익을 응시했다는 서울 소재 대학의 4학년 학생 김 모(26) 씨는 “소식을 듣고 일단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말 시간도 비용도 써가며 성적을 갱신하는 게 번거로운데 기간이 연장되면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김세연(25) 씨도 “5년으로 늘려지면 일단 부담이 적고 한번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 받아두면 쭉 사용할 수 있으니까 좋을 거 같다”고 밝혔다.

◇ 학계선 의견 엇갈려 “시험 정당성 떨어져” vs “언어실력, 쉽게 안 떨어진다”

학계에서는 이 정책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이용원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국가에서 젊은 세대를 배려해 내놓은 안인데 영어 능력이라는 게 쓰지 않으면 퇴화된다”며 “5년이면 평균점수가 많이 바뀔 수 있을뿐더러 한 번 받은 점수를 오래 인정하면 정당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영어교육 전문가 A씨 역시 “굳이 영어실력이 필요하지 않은 직군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5년 된 시험 점수로 현재 실력을 짐작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유원호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는 “언어실력이라는 게 한번 올라가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학생 입장에서는 유효 기간 때문에 시험을 또 보는 건 비용이 드는 문제인 만큼 이번 계획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토익 성적 유효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학생들이 단기간에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요행에 집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A씨는 “높은 영어 점수를 얻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을 들여 영어 실력을 쌓는 게 본질”이라며 “차라리 공인 영어 시험 비용을 보조하는 기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