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계절 5월이 돌아오자 축의금 액수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식대를 고려해 축의금 액수를 산정해야 하는지를 두고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바쁜 시간을 쪼개 참석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의견과, 큰 지출을 해야 하는 신랑 신부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축의금을 둘러싼 논쟁은 한국식 부조금 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와 관계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선 경조사 지출을 타인으로부터 이전 받고, 타인의 경조사 때 일부를 보전해주는 일종의 품앗이 문화가 있었다. ‘쓴 만큼 돌아온다’라는 사회적 통념에 기반한 상호 부조 문화가 비혼·만혼 추세와 고물가 여파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 “축의금 10만원 이상” 응답율 껑충... 액수 논쟁 본질은 ‘시대 변화’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작년 3월 20~30대 미혼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적정 축의금 액수’를 물었더니 53.3%가 1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10만원 이상 2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5.3%에 달했다는 점이다. 불과 5년 전 같은 회사에서 설문했을 때 9%에 그쳤던 것에 비해 껑충 뛰었다.

통상 축의금은 ▲상대방과의 친밀도 ▲나의 경제적 상황 ▲주변인들이 내는 액수 ▲내가 받았던 금액 ▲식대 등을 폭넓게 고려해 결정한다. 고액 축의금을 내는 사람이 증가한 것은 결혼식 당사자가 지출해야 할 비용이 상승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사실상 중단됐던 예식이 재개되고 식비, 인건비 등 각종 관련 비용이 일제히 올랐다.

전문가들은 축의금 액수 논쟁은 평균 지출 금액은 상승하는 반면, ‘낸 만큼 돌아온다’는 사회적 믿음이 점점 퇴색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예전에는 축의금을 내는 게 큰 부담이 아니었고 나중에 돌려받을 보험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최근 20~30대는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고 공동체 의식도 약해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결혼식, 장례식 등 경조사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사전에 타인의 경조사에 참석해 부조금을 지출함으로서 나중에 있을 자신의 경조사에 들어갈 비용 부담을 미리 대비해두는 문화가 존재했다. 공동체 의식을 바탕에 둔 상호 부조 문화가 일종의 사적 보험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비혼, 만혼이 널리 확산되면서 사적 보험의 안정성이 깨졌고 예전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합리성을 추구하는 세대가 경제 주체로 부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를 옳다 그르다고 판단하기보다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김 평론가는 말했다.

결국 축의금은 얼마 하는게 적정할까.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결혼식에 돈이 많이 드는 만큼 서로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식대와 (결혼식) 참석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면 밥값 기준 10만원을 내거나 금액이 부담스러우면 5만원을 내고 노쇼(안 가는 것)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