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새 일식, 한우, 철판요리 등 다양한 오마카세(맡김차림)가 인기를 끌면서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오마카세 식당이 밀집한 여의도, 강남, 종로에는 평일 저녁 기준으로 코스요리 가격이 15만원 이상인 식당이 줄짓고 40만원을 호가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최근 1년새 오히려 가격을 내리는 식당도 나타나고 있다. 불경기를 고려해 보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행보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같은 시도를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고물가를 감안해도 현재 오마카세 시세가 비합리적으로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신사동의 한 유명 일식 오마카세 식당은 지난달부터 평일 런치 가격을 6만원에서 5만원으로 하향했다. 부천 창동의 또다른 오마카세 식당은 지난달부터 평일 런치 가격을 6만원에서 4만5000원으로 내렸다. 종로의 또다른 식당은 5만원에서 4만8000원으로 인하했다.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 '파인다이닝'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수십만 개의 사진이 뜬다. 그 중에는 청년층이 올린 사진들이 많다./인스타그램 캡쳐

인근 고급 일식집이나 특급호텔 일식당들이 작년과 올해 연이어 물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린 것과는 정반대 선택이다.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는 작년 9월 오마카세 가격을 20% 인상해 저녁 가격이 35만원에 달한다. 청담동의 한 초밥가게도 올해 저녁 가격을 기존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인상했다.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다지만 일부 소비자 사이에선 가격 형성대가 비합리적으로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올해 들어 가격을 인하한 식당의 공통점은 기존에도 다른 오마카세 식당 대비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통상 스시 오마카세의 등급은 엔트리, 미들, 하이엔드의 세 가지로 나뉜다. 저녁 식사 기준으로 1인에 각각 8만원, 10만원대, 20만원대 이상인 경우를 가리키는데, 이보다도 저렴하다.

즉 주요 타깃층이 오마카세에 입문하는 사람들이나 어린 연령층인데, 불경기로 인해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급감하자 주요 코스요리 재료를 바꿔 원가를 절약하고 가격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오마카세 식당이 인기를 끌며 우후죽순 등장하자 ‘가성비’를 극대화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착한 식당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증’하기 위해 비싼 식당을 찾는 수요는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싸면 비쌀수록 허영심이나 과시욕을 채우기 위한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발동하는 것이 오마카세 소비의 주된 정서 중 하나라는 것이다. 다만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기존의 가격 인상 기조가 주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오마카세를 소비하는 수요층은 한끼에 수십만원을 지불하더라도 경험과 가치를 추구한다. 기업들도 법인카드로 접대할 때 싸고 맛있는 식당보다 비싸더라도 고급 식당을 찾는다”면서 “경기가 안좋아도 오마카세 등 파인다이닝은 탄탄한 수요가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