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더라도, 교통사고 원인이 자전거 운전자의 신호위반에 있다면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 /뉴스1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송각엽 부장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5000만원의 요양급여 지급을 승인하지 않은 결정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시는 주유소에서 주유관리원으로 근무하던 2021년 5월 업무를 마치고 자전거로 퇴근하던 중 서울 송파구 한 교차로에서 정지 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하던 중 우측에서 신호를 받고 오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A씨는 상처가 없는 대뇌 타박상을 입었다. 그는 퇴근하던 중 발생한 산재 사고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지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같은 해 7월 “도로교통법상 신호 위반 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며 지급을 승인하지 않았다. A씨는 공단이 청구를 기각하자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했고, 이 역시 지난해 4월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의 신호위반, 즉 범죄행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의 고의·자해 행위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도로교통법상 A씨의 신호위반 행위는 범죄행위에 해당됨이 분명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고 지점의 도로 구조나 신호가 유달리 복잡한 것이 아니었던 만큼 A씨가 고의로 신호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충돌한 차량은 과속하지 않고 정상적인 직진 신호에 따라 교차로에 진입했기 때문에 과실이 없다고 봤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