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주민인 이모(47)씨는 최근 둘째 딸 고등학교에서 보내 온 수학여행지 수요조사 안내문을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1안(案) 부산 50만원 ▲2안 제주도가 70만원 ▲3안 일본이 90만원 ▲4안 대만 150만원으로 예상보다 소요 비용이 컸기 때문이다. 이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전인 첫째 때는 제주도 수학여행에 30만원이 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수학여행 기본 시작이 50만원이라니 부담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장기간 중단됐던 수학여행이 재개되는 가운데 고물가 직격탄 영향으로 관련 비용이 껑충 오르면서 학부모들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인건비와 유류비 인상으로 버스 대절 비용이 크게 뛴데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숙박비 등도 비싸진 영향이다. 일부 학교는 안전요원 고용을 위한 수수료를 부담시키기도 한다.

수학여행 통지서./인터넷 캡처

◇ 수학여행비 100만원 시대 열리나

30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많은 초·중·고등학교에서 새 학기가 시작 후 부모들을 대상으로 수학여행을 위한 의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학여행 안내문을 통해 대략적으로 제시된 비용은 수도권 학교 재학, 2박 3일 기준으로 ▲강원도 40만원대 ▲부산 50만원대 ▲제주 60만~70만원 ▲일본 80만~90만원 등으로 전해진다. 지역별로 저소득층이나 다자녀 가정을 대상으로 비용 일부를 교육청이 지원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전액 지원은 거의 없다.

이에 더해 수학여행을 간다고 자녀에 새옷, 신발 등을 사주고 용돈까지 주면 예상 지출이 100만원을 넘겨 학부모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가정에서는 자녀가 동의한다면 아예 수학여행 대신 그 돈으로 차라리 가족여행을 가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학부모 사이에서 수학여행 반대표가 더 많아 아예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학교도 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박모(48)씨는 “아이 학교에서 2박 3일을 일본에 간다면서 130만원이 든다고 하는데 단체여행인데 왜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여행사에서 패키지 여행을 가도 그것보다는 싸다. 차라리 아이와 친한 친구네 가정과 같이 펜션을 빌려서 여행을 가는 것이 훨씬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봄 성수기에 물가 상승...코로나에 단체 숙박도 어려워져

수학여행 비용이 오른 것은 교통비나 숙박비 등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으로 가는 여행지는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곳인데다 봄 성수기와 고물가 기조가 맞물리며 버스대절비, 항공료, 숙박비 등 부대비용이 모두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버스 업계에 따르면 전세버스 기사 인력 부족으로 인건비가 크게 올랐고, 유류비 인상으로 전세버스 대절 비용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2배 가량 올랐다.

예전처럼 학생들을 단체실에 숙박시킬 수 없다는 점도 달라진 부분이다. 과거에는 콘도형 숙소에서 한 방에 7~10인씩 숙박했다면 요즘은 안전 등을 이유로 관광호텔 등에서 2인1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단체여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교육청 매뉴얼상 수학여행 때 안전요원을 고용하는 것이 필수라서 1인당 5만원 안팎의 수수료도 여행 비용에 부과된다.

학교 측도 수학여행이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물가 영향으로 경비 상승이 불가피한 데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장이 갈리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창 시절 추억을 남겨야 한다며 수학여행을 꼭 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반대 측에선 굳이 비싼 비용을 부담하고 싶지 않다는 식이다.

경기도 고등학교 교사인 최모(34)씨는 “물가가 올라 수학여행 비용도 오른 것인데 학부모들은 무작정 수학여행은 싸야 한다는 생각이 많다”면서 “관련 민원이 너무 많아 차라리 안가는 것이 속이 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