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57) 변호사의 아들이 고교 시절 심각한 수준의 학교 폭력(학폭)을 저지르고도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학 입시에서 학폭 전력이 당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이 향하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주요대학 정시는 수능 성적을 100% 반영해 학폭 전력을 거를 수 없고, 수시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제외하고는 교과나 논술 성적이 우선이라 학폭이 당락을 좌우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이마저도 학종 선발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교육부 기조에 따라 학생생활기록부(생기부) 기재 사항과 평가 항목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교육부가 학폭에 대한 학생들의 경각심을 높이려고 생기부 작성을 의무화 했는데도 학폭이 줄지 않는 것은 사실상 입시 과정에서 큰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연합뉴스

◇ 정시는 수능 100%·수시 교과 전형도 학폭 못 걸러

각 대학들은 정시 전형에서는 생기부를 아예 보지 않고 수능 성적을 기반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서울대는 정 변호사의 아들이 입학하던 2020년 당시 ‘수능 위주 전형’(일반전형)에서 수능 성적을 100% 반영했고, 올해의 경우 1단계 ‘수능 100%’, 2단계 ‘1단계 성적(80%)+교과평가(20%)’로 세분됐지만, 2단계 교과평가(20%) 역시 교과 학업성적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서울대 정시의 경우 ‘학내·외 징계 여부와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고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추가 조항이 있지만, 이로 인해 감점이 되더라도 성적이 우수하다면 합격이다. 연세대도 올해 정시 일반전형에서 수능성적 총점 순으로 합격자를 선발했다. 고려대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서울시립대도 정시에서 수능 성적을 100% 반영하고 있다.

수시의 경우에도 학생부교과전형이나 논술전형은 생기부 기재사항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내신이나 논술 성적이 절대적으로 작용해 학폭 전력이 반영되기 힘들다. 연세대 수시모집의 생기부교과전형은 생기부교과(정량평가) 성적을, 논술전형은 논술시험 성적을 100% 반영했다.

◇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인성 본다지만… “100% 불합격은 아냐”

학폭 전력이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유일한 전형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다. 학종은 대학 입학시험의 수시 전형에서 20%대 비중을 차지하는데, 수능 성적을 반영하는 정시 전형과는 달리 대개 학생생활기록부 등에 적힌 사안을 토대로 평가한다.

교육부는 학폭위 심의 결과가 확정되는 즉시 내용을 생기부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에 해당하는 1호(서면사과)·2호(접근금지)·3호(교내봉사)는 이행을 전제로 1차례 기록을 면제해 주지만, 2회 이상 받으면 유보 조치까지 함께 기재된다. 심의결과에 불복해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진행해도 원래 처분 기록은 그대로 유지된다. 청구 결과에 따라 변화가 생기면 그때 수정한다.

각 대학들은 학생생활기록부를 토대로 교과역량, 진로역량, 공동체역량이라는 항목으로 학생을 평가하는데 항목별 반영비율이 대학마다 다르고, 반영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종합평가해 결과를 내는 곳이 등 평가 방법이 가지각색이다. 공동체역량 항목 등에서 인성을 평가하기 때문에 생기부 기재 사항에 학폭 전력이 있다면 합격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입시업계 통념이다.

하지만 요즘은 학종마저도 학폭 전력을 100% 거를 수는 없다는 게 대학가 반응이다. 교육부가 지난 2019년부터 학종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며 지속적으로 생기부 비교과영역을 줄이고 기재 항목을 축소하고 대학에도 평가 항목을 줄이라고 권고해 사실상 학종에서마저 학폭 여부를 평가에 반영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 운동선수 ‘학폭 미투’로 아예 학폭을 반영하도록 한 체육 특기자 전형을 제외하고는 학종에서도 생기부의 출결이나 학업부분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 있는 한 사립대 관계자는 “평가 요소를 축소하라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지금은 학종에서도 생기부에서 출결이나 학업부분만 단순하게 평가하게 되어있다”면서 “다른 대학들도 대부분 생기부를 세세히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학종은 교수사정관들이 정량이 아닌 정성평가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합격, 불합격 여부는 사정관들이 평가하는 주관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 입시연구소 소장은 “학종이라고 해도 학폭 전력이 있어서 무조건 떨어뜨린다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사정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학생이 반성을 많이 하고 있고 우수한 점이 보인다면 붙일 수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