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에 있는 대형마트가 13일부터 평일인 월요일에 휴무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한 달에 이틀 문을 닫아야 하는데, 이날부터 휴업일이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로 정해진 것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홍준표 대구시장을 고발하고, 의무휴업일 변경을 막아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대구시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대구지역 대형마트가 의무휴일을 평일로 옮긴 가운데 월요일인 13일 오전 대구시내 한 마트 입구에 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 특별시·광역시 최초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의미 크다”

대구시에 있는 이마트 월배점·칠성점·만촌점·성서점·반야월점, 롯데마트 대구율하점 등은 이날 일제히 문을 열지 않았다. 오는 27일에도 영업을 하지 않는다. 이날부터 매달 2번째, 4번째 월요일이 정기휴무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정기휴무일은 일요일이었다. 휴무일 월요일 변경은 지난해 12월 19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 8개 구청장·군수,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장,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 등이 ‘대·중소 유통업 상생발전을 위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을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시가 특별시·광역시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는 유통산업발전법 상 의무휴업일을 정하는 권한은 시·군·구 등 기초단체장에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구청장·군수,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장,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 등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추진 협약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정모 대구 동구 슈퍼마켓 협동조합 이사장, 서성윤 대구 중서부 슈퍼마켓 협동조합 이사장, 조재구 구청장군수협의회 회장(남구청장), 홍준표 대구시장, 김영오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장, 이제훈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 류규하 중구청장. /대구시 제공

마트노조 등에 따르면 229개 지자체(기초자치단체 226개, 세종시 1개, 제주도 내 행정시 2개) 가운데 의무휴업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56개 지자체를 뺀 173곳 70%가 넘는 지역이 일요일에 의무휴업을 시행 중이다. 46곳은 대형마트가 평일에 쉬거나, 평일을 포함해 휴무한다.

경기도는 상당수 시·군이 이미 조례를 제정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수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한 곳은 고양, 남양주, 안양, 파주, 김포, 오산, 하남, 양주, 구리, 안성, 포천, 여주, 의왕, 과천 등 14곳이다. 포천시는 2013년 4월, 남양주는 2014년 5월, 고양시는 2015년 6월부터 대형마트가 수요일에 쉬도록 했다.

다른 광역시인 울산시는 구(區) 별로 대형마트 휴무일이 다르다. 동구는 일요일에 쉬는 반면, 중구·남구·북구는 매월 둘째 주는 수요일, 넷째 주는 일요일에 휴무한다. 울주군은 의무휴업 규제가 없다.

13일부터 대구의 대형마트 휴업일이 평일로 변경되는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등 의무휴업공동행동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대구 의무휴업 평일변경 고시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대구시 “상인회가 먼저 대형마트 일요일 영업 허용 건의”

마트노조는 홍준표 시장이 구청장·군수와 협약을 맺고 의무휴업일을 변경한 점을 문제삼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요일 변경은 광역시장의 업무 범위가 아니라, 기초단체장의 업무라는 것이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홍 시장은 기초단체장에게 불법적으로 의무 없는 일(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과 대구시 기초단체장 8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구시와 기초단체들은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장,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과 협약을 체결했다. 마트노조는 “(이들은) 지역상권 상인들을 대표할 수 있을 지위에 있지 않다”며 “‘이해당사자’의 범위에는 유통업 종사 노동자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마트 노동자들과 협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대구시는 전통시장 상인 등 소상공인으로 이뤄진 대구상인연합회가 먼저 대형마트 일요일 영업을 허용하라고 건의한 데 따라 협약이 체결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형마트가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에 영업을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오히려 대형마트 인근 전통시장과 소규모 음식점 영업에 피해를 입힌다는 게 상인회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협약 체결에 대해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회의를 거쳐 같은 목소리를 내는 자리를 대구시가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마트노조는 이해당사자가 아닌 이해관계인”이라며, 유통산업발전법 상 합의 대상인 단체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월 4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마트 노동자를 배제한 대구시의 의무휴업 평일변경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문시장 큰장네거리까지 카트를 밀며 행진하고 있다. /뉴스1

마트노조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도 홍 시장과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도 없는 ‘대형마트의 정기 의무휴업 폐지’를 추진했다” “국무조정실은 ‘대형마트의 정기 의무휴업 폐지 또는 평일 조정’ ‘의무휴업 중 온라인 배송 허용’ 등 대형마트의 이익만을 보장하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유다.

또 방 실장이 지난해 10월 5일 대구시를 방문해 홍 시장을 만난 것도 문제삼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당시 국무조정실은 ‘대형마트 상생협력과 관련해 대구시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고, 대구시는 ‘주중에 휴무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답했다. 마트노조는 지난 10일에는 법원에 대구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변경 고시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