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시작된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서비스 '따릉이'는 서울시민들의 교통수단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연간 적자가 100억원을 넘어서면서 올해 요금이 인상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요금 인상과 같은 단발성 대책으로는 적자 개선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조선비즈는 국내외 공공자전거 사업 현황을 살펴보고 따릉이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1시간에 1000원이니깐 가까운 식당이나 마트를 갈 땐 '따릉이'를 탔어요. 버스 요금보다 비싸지면, 더 빠르고 편한 버스를 자주 타게 되지 않을까요. 그동안 버스나 기차, 택시에서도 요금이 한 번에 2배가 뛴 걸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김지민(33)씨는 서울시가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요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교통수단 요금이 한 번에 대폭 오르는 건 경험한 적이 없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따릉이를 타는 이유는 싸고 건강에 좋기 때문이었는데, '싸다'는 장점이 사라지면 이용 횟수가 줄어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따릉이의 누적 적자가 증가하면서 서울시는 이용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간 1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난 적자를 메우고 흑자 전환하려면 요금 인상 외의 경영 효율화 방안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재배치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기부나 후원을 통해 수입원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자전거 도로를 늘리고 다른 대중교통과 연계하는 중장기 대책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 자전거 옮기는 인건비·운반비 줄이려면... "이용자가 하도록 유도"
'적자 메우기'의 시작은 사업 운영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운영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전거 수리·관리비와 재배치 비용이다. 수리·관리비는 자전거 운영대수를 줄이지 않는 이상 큰 폭으로 감축하기 어려운 반면 자전거를 실시간 수요에 따라 이동시키는 재배치 비용은 운용의 묘를 발휘할 여지가 있다.
따릉이는 이용자가 전국에 설치된 2700여개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자유롭게 빌리고 반납할 수 있도록 해 이용 편의도를 높였다. 빌린 곳에 굳이 반납하지 않아도 되고 현재 있는 위치에서 가까운 곳을 검색해 갖다 놓으면 된다.
이런 편리함이 운영진에는 부담으로 돌아온다. 한강공원 인근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자전거 반납이 몰리면 다시 수요가 있는 대여소로 돌려놓아야 하는데, 이때 사람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매번 자전거를 타고 재배치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인건비와 운반비가 들어간다. 이용자가 많아지고 도시 구조가 복잡할수록 비용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이용자에 의한 재배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A지점에서 B지점까지 재배치해야 할 자전거가 있을 경우, 같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시민에게 해당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유도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재배치 경로대로 자전거를 이용한 이용자에게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재배치를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 뉴욕의 공공자전거 씨티바이크(citibike) 운영사 리프트(lyft)가 2021년 도입한 바이크 앤젤 프로그램(bike angel progam)은 자전거 재배치에 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이용자를 활용하고 있다. 자전거 수요가 없는 정류소에서 많은 정류소로 이동시키는 이용자에게 포인트를 지급한다. 이 포인트가 쌓이면 현금이나 모바일 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다.
◇ ESG 공익광고 붙이고 기업 후원 유도
현재 따릉이는 기업 후원·광고를 받지 않고, 자전거 앞에 공익광고를 붙이고 있다. 유일한 수입원이 소비자에게 받는 이용료다. 서울시는 작년 9월 따릉이 자전거와 대여소 안내 간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홈페이지에 2년 간 광고할 사업자를 모집했으나 신청자가 없어 유찰 됐다. 최저 입찰가가 연 6억4000만원인데 특정 제품 광고가 불가능했던 것이 기업들의 관심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탄소 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요즘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메시지를 담은 공익광고를 따릉이 자전거나 대여소에 부착하게 하고, 후원이나 기부를 유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대기업의 경우 환경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생긴 만큼 지자체에서 광고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따릉이에 기업 후원을 받아 제작한 공익광고를 부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음주운전이나 과속 등 교통 안전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공익광고를 따릉이에 부착한다면 기업도 광고나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자전거 제조사나 완성차 업체 등 교통과 관련된 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후원 유치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광고 수단 역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진유 교수는 "자전거 앞이나 옆에 조그만 광고판을 대는 정도로는 광고 효과가 부족할 수 있으므로 채널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구역마다 사업자를 선정해 대여소 자체에도 광고를 붙일 수 있고, 자전거 재배치를 하는 차량의 측면 거치대 등에도 광고를 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자전거 거치대 같은 경우도 스테이션 형태로 만들어 지붕을 씌우면 기업 광고가 가능한 채널이 되고 광고 효과도 높일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경우 법적인 걸림돌은 없지만 광고 채널 설치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 자전거도로율 높이고 대중교통과 연계
중장기적으로는 도로 설계 단계부터 '자전거 친화적'인 구상이 필요하다. 박무혁 교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결국 따릉이 이용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 하는데 우리나라 도로는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가 돼 자전거가 안전하다고 확신하기가 어렵고 이용자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지자체 차원에서 자전거 도로율을 높이고 도로 설계 자체도 자전거 친화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병행돼야 따릉이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작년 기준 서울시에서 자전거 통행에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자전거 전용차로는 256.5km. 전체 도로길이(8328.4km)의 3%다. 통근·통학 때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은 '자전거 천국' 덴마크 코펜하겐은 700km 가까운 전용도로가 설치돼 있으며 전체 도로길이의 5~6% 수준이다.
대중교통과의 연계를 늘리는 것도 따릉이의 이용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박 교수는 "다른 대중교통 수단으로 진입이 어려운 곳에 따릉이를 배치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며 "서울 곳곳에 마을 버스가 들어가기 어려운 교통 소외지역, 사각지대에 따릉이를 배치해 이용률을 높이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