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사중인 검찰의 공소장을 통해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등 관계기관의 부실 대응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서울청에 경비 기동대를 요청했다'고 줄곧 주장해온 것과 달리 요청을 하지 않았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사고 직전 직원들에게 삼각지역 인근 전단지 제거 작업을 시키는 등 잘못된 판단으로 사고 전후 대처를 어렵게 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1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등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참사 당일 삼각지역 집회가 종료된 후 오후 8시 56분부터 서울청 경비부에 요청해 집회에 동원된 62개 경찰관 기동대 경력 중 일부를 이태원으로 재배치 할 수 있었지만 이 전 서장은 그러지 않았다.

송 전 실장은 서울경찰청 경비부에 경찰관 기동대 지원을 직접 요청하거나 용산서 경비과에 경찰관기동대 지원을 요청하도록 촉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교통무질서 단속에만 초점을 맞춰 서울경찰청으로부터 교통기동대만 지원 받기로 결정해 1개 제대의 지원만을 요청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1시간 뒤인 오후 11시 16분쯤이 되어서야 용산서 11기동대를 이태원에 배치하라고 지시하고, 김 청장에게는 오후 11시 31분쯤 보고를 시도했다. 송 전 실장 또한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았다.

검찰은 "상급기관 보고 및 경력 요청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이들은 상급기관의 보고가 부당하게 지체되게 해 서울청의 기동대 투입이 현저히 지연되도록 했고, 구조 및 구조지원 활동에 필요한 경력이 적시에 사고 현장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허위로 작성된 보고서를 서울청 등에 보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30일 오전 12시 19분쯤 이 전 서장은 용산서 여청과장에게 허위로 작성된 '이태원 핼러윈데이 현장 조치상황(1보)'을 상부에 보고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 전 서장은 오후 11시 5분이 돼서야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했지만, 허위로 작성된 '이태원 핼러윈데이 현장 조치상황(1보)'에는 이 전 서장이 오후 10시 17분 현장에 도착해 차량 통제를 지시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해당 보고서는 서울청과 경찰청까지 보고됐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 관계자 4명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참사 당일 박 구청장은 사고 발생 사실을 오후 10시 59분쯤 인지하고 사고 장소로 갔으나 오후 11시 23분쯤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했을 뿐 재난대응에 필요한 지시를 하지 않았다.

권 장관은 경찰, 소방 등 관계기관과 관련이 없는 용산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이다. 박 구청장은 구청장에 당선되기 전 권 장관의 정책특보를 맡았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8시 59분쯤 구청 비서실 직원들이 포함된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집회 현장으로가서 전단지를 수거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용산구청 비서실장은 구청에 전화를 해 "전쟁기념관 북문 담벼락에 붙어있는 시위 전단지를 수거하라"고 전달했다. 당시 전화를 받은 당직사령은 이태원 관련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박 구청장의 지시로 전단지 수거를 하러 발걸음을 돌렸고 이로 인해 이태원 사고 대응을 미흡하게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 검찰, 김광호 서울청장 '사고 예견 여부, 지시 명확성' 들여다봐

검찰은 특수본의 수사를 이어받아 이태원 압사 참사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세 번에 걸쳐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했고, 이 중 두 번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집무실을 수색했다.

검찰은 김 청장을 구속기소하기 위해 '서울청 자체적으로 사고 예견이 가능했냐'와 '명확하게 지시를 내렸냐'를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청 또한 자체 정보부서 등을 통해 사고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있다. 만약 서울청 정보부가 김 청장에게 사고 위험성에 대해 사전에 보고를 했다면 김 청장도 충분히 참사를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청장의 지시가 명확했는지에 대해서도 판단하고 있다. 김 청장은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9시쯤 화상회의를 주재해 "3년 만의 거리두기 해제로 이태원, 홍대, 강남 등을 중심으로 핼러윈데이에 많은 인파가 운집할 것이 예상되므로, 해당 관서는 범죄 예방과 시민 안전을 위한 촘촘한 사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이 전 서장에게 지시한 바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최근 안전사고 전문검사인 대검찰청 소속 최정민 검찰연구관을 파견받는 등 수사력을 보강하고 있다. 최 연구관은 지난 2014년 발생한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를 수사한 경력이 있고, 안전사고·재난·재해 분야 2급 공인전문검사 인증 받기도 한 전문가다.

향후 검찰은 서울청 정보부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며 사전 보고서의 내용과 김 청장이 보고받은 내용 및 지시사항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또한 검찰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윗선과 관련한 수사기록도 들여다보는 등 특수본이 무혐의 처분한 주요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