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 결과 서울 소재 주요 대학 경쟁률이 일제히 하락했다.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의학계열 정시 경쟁률도 떨어졌다. 수능 고득점자들이 대거 수시에 합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수능과 내신 성적의 연계도가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통합 수능으로 정시 결과의 예측이 어려운 깜깜이 전형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상위권 인재들의 수시 유출이 심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서울 14개 주요대학 정시 경쟁률 일제히 하락
3일 각 대학과 입시전문기관들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서울 소재 14개 대학의 인문·자연계열 평균 경쟁률은 5.07대 1로 전년도(5.97대 1)보다 하락했다. 모집인원은 1066명 늘었으나 지원 인원이 8334명 줄었다.
서울 소재 14개 대학은 고려대·건국대·경희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홍익대이다.
평균 경쟁률을 살펴보면 ▲경희대는 5.16대 1에서 4.66대 1 ▲고려대는 3.72대 1에서 3.70대 1 ▲서강대는 5.34대 1에서 4.97대 1 ▲서울대는 4.13대 1에서 3.22대 1 ▲성균관대는 4.76대 1에서 4.08대 1 ▲연세대는 4.76대 1에서 3.69대 1로 일제히 하락했다.
▲이화여대는 4.23대 1에서 4.14대 1 ▲중앙대는 10.67대 1에서 8.31대 1 ▲한국외대는 6.79대 1에서 6.57대 1 ▲한양대는 4.97대 1에서 4.77대 1로 경쟁률이 떨어졌다,
계열별 경쟁률은 인문계열 5.16대 1, 자연계열 4.98대 1로 각각 전년도 6.16대 1, 5.77대 1보다 떨어졌다. 다만 고려대 자연계열의 경쟁률은 3.72대 1로 전년도 3.58대 1보다 소폭 올랐다. 서울대와 연세대 정시 모집 마감이 하루 일렀던 데 따른 반사 효과와 일부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의 안정지원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 상위권 수시 유출 현상 심화… 깜깜이 정시 우려 작용
서울 소재 대학 정시 경쟁률 하락의 일차적 원인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자 감소, 정시 모집인원 증가 등이 꼽힌다. 올해 이들 대학의 정시 모집인원은 1만4679명으로 지난해 1만3734명보다 945명이 증가했고 수능 응시자는 469명 감소했다.
그러나 응시자와 모집인원 증감 폭이 크지 않아 입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시모집에서 수능 고득점자가 이미 다수 합격해 정시 지원자가 근본적으로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위권 자원이 수시로 유출되어 정시 모집 경쟁률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최근 수능 성적과 학교 내신 성적 간 상관관계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실제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이른바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 정시 모집 경쟁률도 일제히 하락했다. 의예과 일반전형 경쟁률은 지난해 7.38:1에서 올해 7.22:1로, 치의예는 6.52:1에서 6.16:1로 약학은 10.82:1에서 10.43:1로 한의예는 12.83:1에서 8.69:1로 수의예는 12.53:1에서 8.58:1로 감소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연구소 소장은 "정시 모집에서 상위권 자원 부족 현상이 뚜렷하다. 코로나19 등으로 성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내신 성적이 좋은 수험생, 수능을 잘 보는 수험생이 구별되는 게 아니라 내신과 수능 성적 모두 잘 보는 학생만 남게 된 것이라고 추정해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이과 통합수능으로 수험생 점수 분포를 정확히 알기 어렵고 교차지원이 활발해지면서 정시 합격선 예측이 어려워진 것도 주요 대학 경쟁률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깜깜이 정시가 상위권 학생들의 수시 유출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 고득점자들이 이미 수시에 붙었다는 것인데 이제는 학교 내신 성적 좋은 애들이 곧 수능 성적이 좋은 애들로 연결되고 있다는 얘기고, 정시 결과 예측 자체가 너무 어려운 것도 작용했다"면서 "예전에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결과를 알기 어려운 깜깜이 전형이라고 여겨졌다면 이젠 정시가 그렇다. 선택과목 점수 차와 문이과 점수 차, 교차지원 등 너무 많은 변수가 적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