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제 혜택과 함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가 1일부터 시행됐다. 태어난 고향이 아니어도, 현재 주소지가 아닌 모든 지자체에 기부를 할 수 있기에 각 지자체는 답례품으로 기부금 모집 경쟁에 나섰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특산 농수축산물을 답례품으로 제시했지만, 도시 지역 지자체들은 ‘콘서트 티켓’ 같은 문화 상품이나 지역 제조업체에서 만든 신발, 골프용품 등을 답례품으로 마련했다.

서울 성동구가 고향사랑기부금 답례품으로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 공연 관람권을 준비했다.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캡처

고향사랑기부제는 현 주소지를 제외한 다른 17개 시·도나 226개 시·군·구에 일정액을 기부하는 제도다. 수원시에 살고 있다면, 경기도·수원시가 아닌 전국 16개 시·도, 225개 시·군·구에 기부할 수 있다. 지자체는 기부금을 모아 주민 복리 증진에 사용할 수 있다. 지방 재정을 확충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부자는 연간 500만원까지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다. 기부금액 10만원 이하는 전액 세액공제되고, 10만원 초과 시에는 16.5%를 공제받는다. 또 기부금을 받은 지자체는 기부금액의 30% 이내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제공한다. 기부하려는 지자체가 어떤 답례품을 마련했는지는 ‘고향사랑e음’(ilovegohyang.go.kr)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서울 자치구 대부분 아직 답례품 선정 안 해

서울은 답례품을 아직 마련하지 않은 곳이 많다. 2일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를 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종로구·노원구·성동구만 현재 답례품을 준비했다. 종로구·노원구는 지역사랑상품권만 답례품으로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성동구는 다르다. 성동문화재단이 매년 10월 주최하는 ‘서울숲재즈페스티벌’ 관람권을 고향사랑기부금 답례품으로 제시했다. 성동구는 “매년 7월쯤 공연 일정을 공개한다”며 “답례품 지급 일정은 10월 행사 전 별도 안내를 입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관람권은 입석으로, 약 100명에게 답례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8일과 9일 이틀간 진행된 서울숲재즈페스티벌에는 선우정아, 지혜리, 박윤우 트리오, 제이유나, 김 솔 다니엘, 고상지 등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티켓 1일권은 8만8000원이었다. 성동구는 올해 행사 관람권 답례품 가격을 8만포인트(1원=1포인트)로 올려놓았다. 성동구에 27만원 이상 기부하면 받을 수 있다.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은 지난해 관람권이 조기 매진됐다. 고향사랑기부제로 27만원을 기부하면 일부 세액공제를 받으면서 공연 티켓을 선예매하는 효과가 있다.

고향사랑기부금 답례품으로 부산 사상구가 준비한 국내 제화업체 '언코리'의 신발(좌)과 전남 영암군이 마련한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데이트권'(우).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캡처

◇12만원 기부하고 5만9000원 상당 신발 받으면 4만2300원 이익

부산은 한때신발 산업의 중심지였다. 그래서인지, 부산 사상구는 지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신발을 만드는 국내 기업 ‘언코리’의 신발을 답례품으로 마련했다. 10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에는 부산 사상구의 답례품인 언코리의 신발은 1켤레에 4만포인트로 올라와 있다. 그런데 이 신발은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1켤레에 5만9000원에 판매 중이다. 12만원을 사상구에 기부할 경우 10만3300원을 돌려받고 5만9000원 상당의 신발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총 16만2300원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기부금(12만원)과 비교해 4만2300원 이익인 셈이다.

농수축산물 특산품이 없는 도시 지역 지자체는 지역 제조업체가 만든 제품을 답례품으로 내건 경우가 많다. 사상구는 신발 외에도 장미식칼세트를 답례품으로 선정했다. 대구 서구는 골프용품인 볼마커와 가방 등을 답례품으로 골랐다.

고향사랑기부금 답례품으로 경북 경주시가 준비한 '신라토기 문화재 재현품'(좌)과 경기 수원시가 마련한 '정조대왕 능행차 연잎 다기잔'(우).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캡처

◇경주 ‘신라 토기’ 재현품, 수원 장안문 모형 등 역사성 있는 답례품도

지역의 역사를 살린 답례품을 선정한 경우도 있다. 경북 경주시 답례품 중 하나는 문화재인 ‘신라 토기’ 재현품이다. 10만원만 기부하면 받을 수 있다. 한옥마을이 있는 전주는 자작나무로 만든 ‘한옥등’을 답례품으로 골랐다. 경기 수원시는 장안문 모형, 정조대왕 능행차 연잎 다기잔 등이 답례품이다.

특별한 체험을 답례품으로 내건 곳도 있다. 전남 영암군 답례품 중 하나는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 데이트권’이다. 가격은 30만포인트여서, 90만원 이상 기부하면 ‘식사 데이트’를 할 수 있다. 영암군청 씨름단 감독과 선수 등 15명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 화천군은 올해 산천어 축제 예약 낚시터 티켓이 답례품이다. 전북 무주군과 순창군은 벌초대행서비스를 답례품으로 올려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