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갈이 확실한 만큼, 지금 저항이 있더라도 (보험료율을) 현재의 9%에서 18%까지 올려야 합니다. 다만 단기간에 올릴 수 없으니 2~3년에 2~3%포인트씩 올려서 10년 후에는 18%가 되어야 합니다. 연금납부율을 그대로 하고 소득대체율을 줄이는 것은 반대합니다.”

회사원 A(40)씨가 국민연금 제도 개편과 관련해 정부에 제안한 내용이다. 보건복지부는 제5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 수립을 앞두고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국민들로부터 국민연금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을 접수한 결과, A씨를 비롯해 다양한 연령대의 국민에게서 의견 2773건이 접수됐다고 14일 밝혔다.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에서 시민들이 연금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국민연금에 대한 의견 접수자 중 50대가 975건(37.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645건), 60대 이상(506건), 30대(481건), 10~20대(166건) 순이었다. 복지부는 “노후를 준비하기 시작하는 연령대에서 연금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다”며 “상대적으로 청년 세대에서 연금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다”고 했다.

접수된 2773건의 의견 중 단순한 문의 등을 제외하면 의견 제시는 총 2419건이다. 그 중 연금 개혁에 대한 의견이 1043건(43.1%)이었다. 복지부는 “이 중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보험료율 인상 등의 개혁 방안에 대한 제안이 다수 접수되었다”면서 “연금개혁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관련한 의견은 총 102건 접수됐다. 대부분 보험료율을 현행(9%)보다 높은 12~20%로 상향하자는 내용이었고, 낮추자는 의견은 1건이었다. 자영업자 B(40)씨는 “선진국 수준으로 보험료율을 20% 이상으로 올려달라. 안 되면 공무원 수준인 18%로 올려 많이 내고 많이 받게 해달라”고 했고, 20대 C씨는 “국민연금 고갈을 조금이라도 뒤로 하기 위i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에 찬성한다”며 “소득재분배를 포함한 사회보장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앞서 복지부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9일 공동 주최한 ‘국민연금 전문가 포럼’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유호선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5%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면 2057년으로 예상했던 기금소진 시점을 최대 2073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했다. 국민들이 제안한 의견 중 일부는 전문가 구상보다 보험료율을 더 높이자는 내용인 셈이다.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법정 정년은 만 60세인데,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62세다. 내년에는 63세로 늦춰지고,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5년마다 1세씩 늦춰진다. 회사원 D(50)씨는 “정년퇴직 나이를 고려해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조절해달라”며 “국민연금 수령 나이가 상향되고 연금액은 하향되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 시책을 믿고 30여년을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으로서 매우 불만”이라고 했다.

이외에 기초연금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과 연계한 감액 제도를 폐지하고, 지급대상을 변경하라는 의견이 다수 접수됐다. 자영업자 E씨는 “(국민연금을) 10년간 납부하고 50만원 수령하는데,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납부 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시행되면) 40만원 수령한다”며 “누가 연금을 납부하려 하겠나”라고 했다. 공무원연금 등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라는 의견도 일부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