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오히려 늘어나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은 올해 1월 27일 시행됐는데, 그 후 법이 적용되는 기업에서 사망사고가 더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24년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법이 적용되기 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문가와 노사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해 6개월 만에 마련한 로드맵의 핵심은 '노사가 함께 사업장에서 위험요소를 발굴하고 제거해 중대재해를 줄인다'이다. 노사가 위험 요인을 스스로 파악해 개선하는 '위험성 평가' 제도를 중심으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확립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방법은 영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서 효과가 입증됐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로드맵에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법 등 안전보건 관련 법을 정비하고, 중대재해법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노사가 사업장에서 위험요소를 찾아내는 '위험성평가'를 적정히 실시하고 재발방지책을 수립·시행하면 사고가 발생하면 처벌에 반영하고, 반복적으로 재해가 발생하거나 다수가 사망한 경우엔 반드시 형사처벌 받도록 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사업장에서 올해 중대재해가 늘어났다면서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을 두고 사회적 논란만 가중되는 상황에서 (중대재해법이)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일 방안인지 고민하게 됐다"라고 했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노동계는 엄정한 집행과 처벌 강화로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을 높이고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상 모호한 부분을 수정하면서 위반 시 처벌이 징역형보다는 벌금이나 과징금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등 다른 안전·보건 관련 법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장관은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내년 상반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정기국회를 통해 후년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에 대비해 법령을 정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노동부는 내년 상반기 노사정이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산업안전보건 법령 개선 TF'를 운영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정비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