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도민들이 쓰고 버린 물이 고도로 정화돼 순수한 물인 ‘초순수’로 재탄생해 삼성전자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쓰인다. 공급되는 공업용수는 광주광역시 시민들이 쓰는 수돗물의 양과 비슷한 규모다.

경기 과천시 하수처리장. /과천시 제공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경기도·수원시·용인시·화성시·평택시·오산시 등 지방자치단체, 삼성전자는 30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하수처리수 재이용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경기 수원시와 용인시 수지·기흥, 화성시 동탄, 오산시 등 5개 하수처리시설에서 나오는 처리수는 공업용수로 삼성전자 공장에 공급된다. 5개 하수처리장에서 공급하는 공업용수는 하루 47만4000t이다. 인구 143만명인 광주광역시 시민들이 하루에 쓰는 수돗물의 양(48만4000t)과 비슷한 규모다.

협약에 따라 앞으로 용인시 수지·기흥 하수처리장에서 정수된 물이 하루 10만2000t씩 삼성전자 기흥·화성사업장에 공급된다. 수원·화성·오산 하수처리장 처리수는 삼성전자 고덕사업장에 하루 37만2000t씩 공급된다.

도민들이 버린 하수를 재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댐에서 공급하는 용수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환경부는 “남강댐 저수용량 규모(1억8000만t)에 버금가는 연간 1억7000만t의 용수 여유량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 설비를 늘리면서 2030년에 필요한 공업용수는 현재의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국내 사업장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선언했고, 취수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방안을 모색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환경·사회·투명 경영(ESG)’을 위해 정부에 하수 재이용수 공급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타당성 검토와 지자체 협의를 거쳐 지난 7월 물 재이용 협의체를 구성했다. 삼성전자는 하수처리장에서 받은 물을 추가로 처리해 반도체 표면의 오염물 세척에 쓰는 고도로 정수된 순수한 물인 초순수로 만들어 사용할 계획이다. 초순수 기술은 민관이 협력해 개발한다.

삼성전자는 심각한 가뭄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다. 지자체는 기업으로부터 공급 비용을 받을 수 있어 재정에 도움이 된다. 환경부는 하수 재이용수 공급을 향후 충남 서부와 전남 남부 등 가뭄 취약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번 협약으로 지속가능한 공업용수 공급 뿐 아니라 물 여유량 확보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극한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하수 재이용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