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밤 광화문광장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날 광화문 일대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 대한민국 대 우루과이의 경기를 응원하러 모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영상 8도의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도 사람들은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린 24일 오후 10시,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 응원을 하는 모습./김민소 기자

이날 오후 8시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인 붉은악마의 주최로 열린 거리응원 및 사전 행사가 열렸다. 저녁 시간 응원단과 시민들은 붉은색 옷을 갖춰 입고 붉은악마 마스코트인 치우의 그림이 그려진 응원목도리를 손에 든 채 경쾌한 발걸음으로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붉은악마와 경찰 등은 이날 1만5000명가량이 광화문광장에 모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후 대규모 군중 밀집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큰 상황. 경찰은 광화문광장에 경찰관 41명과 8개 기동대를 배치했다. 기동대 한 부대는 60명으로 500여명의 경력이 투입됐다.

이날 경기 시작은 오후 10시였지만 앞서 오후 8시부터 사전 공연이 열렸다. 축하 공연을 맡은 밴드 등은 빠른 박자의 응원곡을 부르며 일찍부터 관중들의 흥을 돋웠다. 일부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구르며 흥겨움을 만끽하기도 했다.

경기 시작 전 만난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박종찬(32)씨는 손흥민 선수의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광장을 찾았다. 박씨는 “거리응원은 처음이라 설렌다”며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안준형(23)씨는 “아시아 국가 팀들이 승기를 잡았으니 이 기세를 몰아 우리나라도 더 잘하라는 뜻에서 야외 응원에 왔다”며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지방에서 응원하러 온 시민들도 있었다.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황민선(43)씨는 “제대로 된 거리응원 분위기를 느끼려고 서울까지 왔다”며 “광장에서 3000원을 주고 붉은악마 머리띠도 샀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전북 남원시에서 온 김은옥(25)씨는 “경기 시작 전에 서울에 오면 사람이 몰릴까 오후 8시부터 광장에 왔다”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되 다치지 않도록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9시 50분쯤 경기 시작이 임박해오자 광화문광장을 메운 인파는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대~한민국” 소리에 맞춰 응원봉을 치면서 응원 연습을 시작했다. 경기 직전 인파가 몰리자 경찰은 응원 구역 한 곳의 펜스를 걷어내고 응원석을 확장하기도 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선수들이 등장하자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와” 하는 함성을 쏟아냈다. 국가대표팀의 주장인 손흥민 선수가 등장하자 어떤 이들은 손에 든 태극기를 흔들며 손흥민 선수의 이름을 연거푸 외치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이 우루과이 골대 앞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날릴 땐 아쉬움의 탄성이 터졌다. 전반 34분 황의조가 쏜 슛이 아쉽게 골대 위로 비켜갔을 때 시민들은 “아! 진짜 아깝다”며 탄식을 쏟아냈다. 반대로 전반 43분 발베르데가 올린 크로스에 이어 고딘이 쏜 헤딩슛이 골대 왼쪽을 맞고 나왔을 때 응원객들은 “진짜 큰일 날 뻔 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가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관중들의 몰입도는 높아졌다. 무승부 상태로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일부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한 골만”을 되뇌이기도 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호루라기)이 울리자 관중석에서는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강호를 상대로 접전을 펼친데다 16강 진출 가능성은 남아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아쉬워하기보다 다음 경기를 기약하며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린 24일 광화문 광장 인근 치킨집에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김민소 기자

한편 이날 광화문광장 인근의 자영업자들도 월드컵 특수를 누렸다. 한 편의점에선 캔맥주가 다 팔려 동이 나 일부 손님들이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 편의점 직원들은 야외에 간이 계산대를 하나 더 만들어 계산하기도 했다. 이곳 편의점 점주는 “오늘 저녁 편의점을 찾는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며 “손님이 몰릴 것을 대비해 일부 상품은 간이 매대를 만들어 야외에서 판매 중”이라고 했다.

일부 음식점도 손님들로 매장이 가득 찼다. 광화문광장 인근의 한 패스트푸드 음식점에는 경기를 보며 먹을 치킨을 사기 위해 20여명 가까운 손님이 키오스크 앞에 줄을 서기도 했다. 광화문역 근처의 한 치킨집 내부엔 TV 중계를 보며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려는 손님들로 매장이 가득 찼다. 이곳 직원은 “월드컵으로 손님이 몰리면서 숨 돌릴 틈도 없고 목이 찢어질 정도”라며 바쁘게 맥주를 날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