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주민들이 가장 건강한 곳은 어딜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7일 발간한 '2021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 영통구가 전국 263개 시·군·구 가운데 1인당 연간 진료비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통구 주민들은 지난해 1인당 148만6670원의 진료비를 썼는데, 전국 평균(214만1314원)보다 30.6% 적은 금액이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진료비가 적은 경기 화성시(161만3153원)보다도 7.8%가 적다. 그만큼 주민들이 건강하고 병원을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과 수원 영통구 일대./삼성디지털시티 홈페이지

이처럼 영통구가 '건강한' 기초자치단체가 된 원인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평균연령이 꼽힌다. 주민들이 젊어서 덜 아프고 병원도 덜 가는 것이다. 젊은 주민들이 많이 사는 배경에는 영통구 중앙에 위치한 삼성전자가 있다. 연구개발(R&D) 중심의 고학력 대기업 직원들이 거주하면서 소득 수준이 높아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해석도 나온다.

◇수원 영통구, 사망률도 전국 최저

영통구 주민들은 진료비를 적게 쓸 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주요 질병 진료도 가장 적게 받았다. 지난해 한국인은 사망률이 높은 4대 암(위·대장·폐·간) 중에서 위암으로 가장 많이 진료를 받았다. 의료보장 인구 10만명 당 318명이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영통구는 전국 평균보다 100명 이상 적은 199명만 진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돼 전국에서 가장 환자가 적었다. 대표적 만성 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도 인구 10만명 당 진료 인원이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이 같은 질병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영통구가 전국에서 가장 건강한 지역이 된 데에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평균연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평균연령이 낮은 곳은 세종시(37.4세)다. 영통구는 37.7세로 2위를 기록했다. 한국 전체 평균연령은 43.5세로 영통구 주민들이 6살 가까이 젊다. 2019년까지는 영통구가 전국에서 가장 평균연령이 낮은 기초자치단체였다.

가장 젊고 가장 건강한 곳인 만큼 사망률도 가장 낮다. 지난해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사망자는 618.9명이었다. 영통구는 288.2명으로, 채 절반이 되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8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워킹맘인 여성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기 전 손소독제를 뿌려주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임직원 20년 새 2만명 늘어

영통구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삼성전자'다. 영통구의 남쪽에는 172만㎡(약 52만평) 규모의 거대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 있다. 축구장 250개 크기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영통구 매탄동에 부지를 확보해 라디오와 TV 생산 공장을 설립한 것이 시초다.

수원사업장은 1980년대 들어 연구개발(R&D) 단지로 탈바꿈했고 현재는 '삼성디지털시티'로 불린다. 삼성전자는 수원사업장 고용 인원을 계속해서 늘려 왔다. 2000년에는 1만1000여명이었으나 2005년에는 2만1000여명으로, 2010년에는 2만8000여명으로 늘었다. 현재는 3만2000여명이 이곳에서 일한다.

삼성전자 측은 수원사업장 직원 3만2000여명 중 1만2000여명이 수원시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삼성 관련 주민 수는 더 많아진다.

영통구는 수원에서 가장 늦은 2003년 팔달구에서 분리돼 만들어졌다. 영통구 인구는 2010년 전만 해도 30만명이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36만명이 살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 수 증가와 함께 주민 수도 늘어난 셈이다.

수원시에서 삼성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어서 수원사업장 옆에는 길이 3.3㎞의 도로 '삼성로'가 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용서 수원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 수원시 명칭을 '삼성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