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한 스마트폰 게임 채팅앱에서 발견된 대화명이다. 여기서 ‘협곡’은 한 온라인 게임에 등장하는 게임 배경을 말한다. 쉽게 말해 ‘게임 데이트’를 하자는 말이다. 이런 식으로 앱에 올라온 추천 프로필만 120개가 넘었다. 남자도 있었지만, 80% 이상은 여성이었다. 사진 밑에는 해당 프로필 주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버튼도 있다.

프로필을 올려놓은 사람들은 돈을 받고 같이 게임을 해주는 게임 데이트를 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이다. 각 프로필에는 한판당 500~1200코인을 지불하면 된다는 가격이 적혀있었다. 앱에서는 1200원 정도에 100코인을 충전할 수 있었다. 프로필을 올려놓은 사람들과 30~50분 정도 소요되는 게임 한판을 하려면 6000~1만4400원 정도가 필요한 것이다.

돈을 내고 게임 파트너를 구하는 채팅앱./온라인 홈페이지 캡처

최근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돈을 내고 음성으로 채팅하는 앱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돈을 내고 애인 행세를 하며 게임을 한다는 점에서 성매매가 연상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롤매매(롤+성매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이 앱은 주로 여러 명과 함께 해야 하는 ‘팀 게임’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튜브를 중심으로 해당 앱에 대한 이야기가 돌면서 이용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해당 앱의 다운로드 건수는 500만회를 넘긴 상태였다. 이 앱이 올해 2월 출시된 점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단기간에 증가한 셈이다.

해당 앱은 불법은 아니지만, 성매매가 연상되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청소년층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될 경우 성 관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해당 앱은 앱스토어에선 이용 연령이 만 17세 이상으로 설정됐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만 12세 이상이면 이용할 수 있다.

중학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모(45)씨는 “미성년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이성에게 돈을 내고 대화하면서 게임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플랫폼인지 모르겠다”며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는 이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롤매매’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이용자가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 앱에서 활동하고 있는 20대 여성 A씨는 “평소 게임을 좋아하기도 하고 대화만 하는 것이어서 부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성희롱 발언을 하는 사람이 많다”며 “심지어 프로필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놓고 욕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라고 했다.

전문가는 돈을 내고 대화 상대를 구하는 방식이 ‘관계 맺기’에 장애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관계를 맺는 것은 자연스러운 만남이나 대화로 이뤄지는 것인데, 돈을 내고 만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라며 “특히 청소년 등 어린 친구들에게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성인이 돼서도 관계 맺기에 오인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