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비를 횡령하거나 가짜 학생을 만들어 충원율을 조작하는 등의 비리를 저지른 대학 총장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적발된 총장들 대부분이 벌금형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반복되고 있는 사학비리의 굴레를 끊기 위해서는 비리 총장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윤중렬 부장판사)는 업무상 횡령,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충북 청주 소재의 충청대학교 총장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총장은 지난 2011년부터 2019년 사이 44차례에 걸쳐 교비 총 5862만원을 법인이사회 경비로 지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교육부 감사 등에서 법인업무에 교비를 집행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교비를 법인업무 경비로 지출해왔다.

일러스트=정다운

사립학교법상 업무상 횡령 및 배임죄의 경우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직을 상실하게 돼 있다. A씨는 지난해 6월 약식기소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자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원심을 유지했다.

문제는 총장 등이 비리로 형사판결이 확정되면 학교는 교육부로부터 지원받은 사업비 등을 반납해야 돼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충청대 관계자는 "지난 2021년 교육부로부터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비 50여억원을 지급받았는데, 10% 내외의 금액을 반납해야 한다"며 "사업비가 줄어든 만큼 학생들에게 일정 부분 타격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0일 수원지법 안양지원도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기도 안양시 소재의 한 대학교 총장 B씨에게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B씨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해 학교법인 이사장에게 시가 221만원 상당의 황금열쇠 1개를 제공하고, 기획처장 등 9명에게 각각 30만원씩 격려금을 교부한 것처럼 회계처리를 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당초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2심 재판부는 "황금열쇠 지급 이후 이를 반환받아 매각해 당초 업무추진비 지급대상자들에게 지급했다"며 "30여년간 대학교수로 일하며 교육발전에 이바지한 점을 고려했다"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교육부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가짜 학생을 등록했는데도 낮은 형량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등록금을 대납하는 조건으로 학생 154명을 허위로 입학시키고 평가가 끝난 뒤 자퇴시킨 강원도 소재의 한 대학교 전 총장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라 지방대학으로서는 신입생 유치와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과 구조 속에서 범행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대학 총장들이 횡령 등의 비리를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학비리 근절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노조의 한 관계자는 "대학 총장의 비리사건은 10년이 넘게 반복되고 있지만, 형량은 그대로"라며 "사법부가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한다는 이유 등으로 감형을 해주기 때문에 비리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학비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대학들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조성된 교비를 사용할 때 내부적으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관할청인 교육부도 별도의 지침을 마련해 주기적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하고, 사법부도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비리에 대해서는 형량을 무겁게 해야 비리는 운영진이 저지르고 피해는 학생이 입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