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나 사별로 이른바 ‘돌싱’이 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돌싱 가구주는 2020년 기준 408만명을 기록했다. 전체 가구주 5명 중 1명은 돌싱인 셈이다. 돌싱 인구가 늘면서 사회적인 인식도 바뀌고 있다. 돌싱을 내세운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고, 이혼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던 시선도 사라지고 있다. 돌싱 인구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도 확대되고 있다. 조선비즈는 4회에 걸쳐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돌싱에 대해 조명한다.[편집자주]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하던 A(60)씨는 7년 전 친구 빚 보증을 섰다가 거액의 채무를 떠안게 됐다. A씨가 빚을 갚겠다며 주식에 손을 댔다가 퇴직금마저 날리자 부인은 이혼을 요구했다. 퇴직 후 부인이 생활비를 벌어왔던 터라 이혼 후 A씨는 빈곤한 생활을 면하지 못했다. 최후의 안전망이었던 가족이 이혼으로 해체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다.

B(47)씨는 5년 전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결정했다. 재산분할을 받아 전세를 구했지만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했다. B씨는 과거 중견기업 회계팀에서 장기간 근속했지만, 관련 일자리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자녀 교육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남편이 월 20만원의 양육비조차 제대로 보내지 않아 B씨는 현재 주중에는 마트 계산원으로, 주말에는 일일 가사도우미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러스트=이은현

이혼에 대한 인식은 변했지만, 갑작스러운 가족 해체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는 적지 않다.

이혼 후 마주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빈곤’이다. 전체 이혼 중 40% 가까이 차지하는 황혼이혼은 노인빈곤을 부르는 가장 큰 리스크다. 대법원과 통계청은 결혼 기간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을 황혼이혼으로 분류한다. 1990년만 해도 전체 이혼 건수의 5.1%에 불과했던 황혼이혼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38.7%에 이르렀다. 지난해 이혼한 부부 10쌍 중 4쌍이 황혼이혼인 셈이다.

황혼이혼에는 재산분할이 뒤따르는데 최근 법원은 이혼소송에서 아내가 결혼생활 동안 기여한 가사노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추세로, 결혼생활 중 형성된 재산의 30~50%를 나눠주도록 판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가구의 보유재산 규모는 평균 2억~3억원 수준이고, 직장인이 정년퇴직 후 받는 국민연금도 많아야 100만~120만원 정도다. 이를 절반으로 나눈다면 각자 노후생활을 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노후준비가 빠듯한 중산층과 저소득층 중·장년 부부가 갈라서게 되면, 이들을 기다리는 건 노년 빈곤으로의 추락이다.

이혼은 여성에게 더 큰 경제적 충격을 준다. 결혼 후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는 비중이 높아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력단절과 자녀양육 등을 이유로 이혼 여성은 구직시에도 정규직, 고임금보다는 주로 서비스업 아르바이트 등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소득 감소가 큰 여성이 오히려 자녀를 부양하는 비중이 높아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아이를 돌보며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이 필요한 정규직 일자리 대신 아르바이트 등 저임금 노동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은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이혼에 진입한 가구의 소득 및 소비지출의 변화를 살펴보면 이혼 남성은 홀로 지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가구원 1인당 소득이 크게 증가하고 주거비 중심으로 지출이 증가했다. 이혼 여성은 이혼 후 2인 이상의 가구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식료품비, 의료비 중심으로 지출이 증가한 반면 근로소득이 크게 증가하지 않고 사업소득은 감소하면서 지출적자가 발생했다. 여성의 경제적 능력이 남성에 비해 떨어지지만, 이혼 후 자녀 부양 의무를 주로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남성에게도 이혼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중장년, 노년층 남성의 고독사 비율이 가장 높은 것에서 보듯 이혼 후 남성은 건강 문제 등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고독사로 분류된 사망자 127명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 10명 중 8명(76.4%)은 남성 1인 가구였고, 연령대는 60대가 31.5%(40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26.8%(34명), 70대 18.1%(23명), 40대 13.4%(17명)로 나타났다.

황혼이혼으로 가정이 해체되면서 혼자가 된 빈곤 노인을 부양하는 건 사회의 몫이 된다. 그만큼 사회경제적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혼의 사회경제적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가정 해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수십조원에 달하는 걸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자녀 양육권 분쟁도 이혼 증가가 우리 사회에 남긴 부정적 측면이다. 재산이나 양육권을 둘러싼 분쟁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차치하더라도 다툼 자체가 가족 구성원 전체에 큰 상흔을 남긴다. 또 재판에서 면접교섭권이나 양육비 등에 대한 판정이 나더라도 이는 상대에게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감치 명령이나 신상공개 등을 통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법조계에서는 ‘준비된 이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상대의 재산 규모를 파악하고, 은닉재산을 찾아내 적절한 분할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혼 과정에서 서로 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서로 재산분할이나 양육권에 대한 결과를 예상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야 가족관계를 해치지 않고 큰 다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에 휘둘려 무작정 이혼을 진행하면 이후 경제적이나 심리적 상황 악화를 막기 힘들다.

한승미 법무법인 승원 변호사는 “경제력을 자랑하는 남성들도 이혼 후 가족의 조력이 사라지면 생활이 어려워지거나 초라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황혼이혼 후에도 가족이었던 배우자나 자녀들의 조력을 완전히 잃지 않기 위해 소송에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푼도 안준다고 생각하고 소송에 임하면 가족 관계가 상하고 종국에는 단절된다”

아이가 있는 부부의 경우 양육권 분쟁도 이혼 당사자들과 자녀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심한 경우 이혼으로 아이가 보육원에 맡겨지는 사례도 있다. 면접교섭권이나 양육비 지급 등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아이를 보지 못하거나,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양육비 미지급은 결국 양육권자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투잡, 쓰리잡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7~11월 전국 한부모가족 가구주 3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양육비를 받지 못한 경우는 80.7%로 3년 전(78.8%)보다 증가했다.

남성욱 법무법인 진성 변호사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양육권자와 비양육권자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유기하고 학대하는 범죄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사회적·국가적 차원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감치를 아예 없애고 실질적인 제재로 바로 들어가거나 국가 차원의 선지급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