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나 사별로 이른바 ‘돌싱’이 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돌싱 가구주는 2020년 기준 408만명을 기록했다. 전체 가구주 5명 중 1명은 돌싱인 셈이다. 돌싱 인구가 늘면서 사회적인 인식도 바뀌고 있다. 돌싱을 내세운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고, 이혼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던 시선도 사라지고 있다. 돌싱 인구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도 확대되고 있다. 조선비즈는 4회에 걸쳐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돌싱에 대해 조명한다.[편집자주]

“과거에는 혼자 이혼 상담을 하러 왔습니다. 이혼 상담 자체를 부끄러워 하는 경우도 있고, 이혼하게 되면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하는 두려움을 가진 분들이 많았어요. 요즘에는 부모와 함께 이혼 상담을 하러 오는 젊은 부부가 많아졌습니다. 황혼 이혼의 경우 성년이 된 자녀들이 부모 도와주겠다면서 함께 변호사를 찾는 경우도 많아요. 이혼이 ‘양성화’됐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승미 법무법인 승원 변호사

‘돌싱’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절대적인 이혼 건수는 오히려 조금씩 줄고 있다. 다만 혼인 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걸 감안하면, 혼인 대비 이혼 건수는 사실상 매년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6.5건이었지만 작년에는 3.8건으로 급감한 반면, 같은 기간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은 2.3건에서 2.0건으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혼소송을 원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이혼·가사 분야에 뛰어드는 변호사 수도 많아졌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공인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2015년 88명에서 작년 517명으로 늘었다. 이혼소송을 수임하지 않던 김앤장·광장·태평양 등 대형로펌도 의뢰인에 따라 이혼소송을 맡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은 ‘전관 대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 변호사와 대형 로펌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법원 풍경.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조선DB

이혼은 협의이혼(조정이혼)과 재판상 이혼으로 나뉜다. 협의이혼은 부부가 서로 합의해 이혼을 하는 절차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이혼에 반대할 경우 재판을 거쳐야 혼인관계를 끝낼 수 있다.

부부가 이혼에 합의했다고 해서 송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재산분할과 양육권을 두고 부부의 주장이 서로 다르면 법적으로 다퉈야 한다. 재산분할이란 결혼 후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각자 나눠 가지는 것을 뜻한다. 양육권은 자녀를 누가 양육할 것인지, 양육비는 누가 지급할 것인지 등을 정하는 것이다. 재산분할과 양육권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전체 이혼소송 기간은 3년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진흙탕 싸움’으로 비유되는 이혼소송을 피하기 위해 재산분할에 원만히 합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게 법조계 진단이다. 과거 가사노동을 전담하며 경제적 능력이 부족했던 ‘어머니 세대’의 경우 이혼 후 생계를 위해 재산분할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반면 최근에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재산분할의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이혼소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느니 조정절차를 거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이은현

결혼에 대한 방식과 이혼에 대한 인식 등이 변화하면서 이혼·가사법 전문 변호사들의 활동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이혼소송만 담당해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승미 변호사는 “당장 이혼을 할 건 아니지만 이혼 준비를 하려고 매달 일정 비용을 내면서까지 장기간 자문을 받고 싶다는 문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혼 전문 변호사는 단순히 이혼소송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협의를 대신해주거나 혼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종합적으로 해결해주는 역할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돌싱’이 늘면서 결혼하면 ‘백년해로’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아예 결혼 전부터 이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김현기 법무법인 승원 변호사는 “약정서를 쓰는 부부가 예전보다 많아졌다”며 “나중에 재산분할이 복잡해질까봐 걱정되는 경우에 미리 작성한다”고 했다. 이어 “약정서가 법적인 구속력이 있지는 않지만, 부부가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재산 형성 기여도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며 “법원에서도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