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든 가운데, 배달 라이더들은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배달 대행업체 '생각대로'의 지점 중 하나인 강남·서초 운영지원본부에서 보낸 문자였다. 문자는 "태풍이 영향권에 들면서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평상시 우천 상황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가맹점과 고객님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출근과 배달 동참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이 지점 측은 또 "출근을 안 하시고 계시는 기사님들도 이렇게 힘들고 어려울 때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배달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문자에 덧붙였다. 태풍 속 출근을 독려하는 문자 중간에는 "타 플랫폼 오더를 수행하지 마라. 중단·시정하지 않으면 영구제명하겠다"며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문구도 있었다.

7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생각대로 강남·서초 운영지원본부는 태풍이 국내에 상륙한 지난 5일 오후 소속 라이더들에게 출근 및 배달을 독려하는 문자를 보냈다. 재난 상황인 만큼 안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시기에 라이더들의 건강권은 고려하지 않고 영업에 지나치게 몰두했다는 지적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다른 배달업체는 지난 5일 라이더들에게 출근을 요구하기보다는 지역별로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안전에 초점을 둔 방침을 세웠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배달 종사자 A씨는 "태풍으로 국가에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하는데, 배달에 나서달라니 황당했다"며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지려고 저렇게 안내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생각대로 강남·서초 운영지원본부가 라이더들에게 공지한 문자. /독자 제공

배달 종사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생각대로 측에서 배포한 문자가 라이더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배재훈 라이더유니온 서울지부 사무국장은 "(해당 지점이 보낸) 문자는 굉장한 압박이다. 재난 상황에서는 운영을 중지하고 라이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대형 플랫폼은 이번에 대부분 공식적으로 운영을 중지했는데, 이렇게 운영을 하면 라이더들이 또 몰리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 대행사가 지역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가 파악되지 않는 곳이 많다 하더라도 기업 차원에서 운영을 중지했어야 한다"며 "기본적인 안전 규칙들을 준수하는 수준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생활 물류 서비스 발전법 같은 법률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생각대로 본사 측은 "본사는 현재 '라이더 안전 TF'를 별도 구성하는 등 라이더 안전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번 힌남노 태풍 관련해서도 지속해서 라이더 안전을 보호할 것과 음식점에 정상 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해 달라고 전 지점에 요청했다"며 "공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 지점들의 이 같은 일탈 행위가 발생하는 이유는 지점이 모두 별도 법인이기 때문이다. 현재 문제가 된 지점을 파악 중에 있으며 추후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각대로는 앞으로도 생각대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지역 배달 대행업체가 자영업자분들을 도와 원활히 배달을 수행하면서도 라이더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수 있도록 본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