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3)씨는 올해 추석에 본가인 경북 경주에 내려가는 대신 동네 떡집에서 송편 포장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일급이 15만원으로 이틀만 일하면 30만원을 벌 수 있어 빠듯하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대출이자가 대폭 올라 생필품 외에는 거의 쇼핑을 할 수 없는 처지”라면서 “부모님 용돈을 보내야하니 교통비라도 아끼기 위해 알바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으로 다가오는 추석에 귀성 대신 ‘단기 알바’를 하겠다는 ‘2030′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세 달 연속 5~6%대를 기록한데다, 고금리에 주식·코인 시장마저 불황이라 귀성 대신 알바로 지출을 줄이고 생활비를 벌겠다는 것이다.

추석을 앞둔 이달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관계자들이 추석선물 세트를 준비하고 있다./뉴스1

6일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23일까지 성인 15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1.1%가 “추석 연휴에 알바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추석 연휴에 알바를 하려는 이유에 대해 ‘단기로 용돈을 벌기 위해서(42.0%)’ ‘원래 알바를 하고 있어서(42.8%)’ 등의 응답이 나왔다.

알바로 번 돈을 어디에 쓸지를 묻자 생활비(56.8%), 저축(42.2%) 등에 쓰겠다는 답이 많았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공기업 취업준비생 연모(28)씨는 이번 추석에 경기 이천 본가에 내려가는 대신 주점 서빙 알바에 지원했다. 연씨는 “부모님이 주는 용돈을 받아 생활하기에도 눈치가 보이는데 집에 가면 친척들 사이에서 눈칫밥을 먹는다”면서 “공부 때문에 장기 알바는 부담되고 명절에 바짝 돈을 모으면 마음이 좀 편할거 같다”고 말했다.

귀성에 들어가는 교통비나 선물 비용 등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27)씨는 고향인 부산에 가기 위한 KTX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항공편을 알아보다 편도 티켓 가격이 10만원이 넘는 것을 확인하고 귀성을 포기했다. 김씨는 이 기간 도보로 배달 라이더를 할 예정이다. 그는 “왕복 교통비만 20만원이 넘을 것 같아서 운동 겸 배달이나 다니고 남은 기간은 푹 쉬려 한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이 운영하고 있는 ‘당근알바’에는 지난달 22~26일 기준 단기 알바 게시글 수가 2주 전 대비 38% 증가했다. 추석 전후를 이용해 단기 알바로 명절에 쓸 비용을 확보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알바 유형이 다양해진 점도 단기 알바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다. 배달 라이더 등 노동 시간이 자유로운 일자리들이 늘어났고, 단순히 가게나 공장뿐 아니라 펫시터나 ‘전 부치기’ 등 이색 알바도 생겨났다.

실제 구인·구직 플랫폼을 살펴보면 추석 연휴 기간 반려견 돌보기나 명절 맞이 벌초, 전 부치기 등의 공고가 올라왔다. 연휴 기간 여행 수요가 높아지는 것을 보여주듯 ‘맛집 웨이팅’ 알바 공고까지 나오는 추세다. 맛집 줄서기 알바의 경우 2만원, 반려견 돌보기 알바는 일 5만원 정도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지난달 ‘추석알바’ 기능을 도입한 후 단기 알바 게시글 수가 늘어났다”며 “구직자들이 연휴 동안 쏠쏠한 용돈 벌이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