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교회의 네 번째 추기경이 된 유흥식 라자로(70) 추기경이 서임식 하루 뒤인 28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교황청립 한인식학원에서 서임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유흥식 추기경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서임식을 마친 뒤 바티칸 사도궁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추기경은 감사 미사 중 강론을 통해 "모든 불행은 옆과 비교하면서 시작된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시대의 흐름은 복음의 삶과 역행하는 일"이라며 "누가 너를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말고 끝자리에 가서 앉으라"라고 했다.

유 추기경은 "낮은 자리야말로 하느님과 밀접한 특권의 자리"라며 "각자에게 부여된 삶을 은총으로 받아들여라. 나머지는 하느님이 생각하시고 올려주신다"고 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얽힌 일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지난 5월 29일 추기경 임명 소식을 듣고 막막해하는 그에게 교황이 '추기경님, 가끔 빨간 옷을 입으면 예쁘게 보이니 잘 입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추기경은 빨간색 '수단(성직자가 제의 밑에 받쳐 입거나 평상복으로 입는 옷)'을 입는다.

유 추기경은 웃으며 이 일화를 들려준 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세 가지 다짐을 한다고 소개했다. 첫째는 잃어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는 것, 셋째는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모습을 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감사미사에는 염수정 추기경과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정순택 서울대교구장, 김종수 대전교구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 대표인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과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을 단장으로 한 여야 국회 대표단 등과 국내 가톨릭 신도 경축 순례단, 로마 한인 신자 등 300여 명도 함께했다.

감사 미사가 끝난 뒤에는 서임 축하 행사가 이어졌다. 꽃다발 증정에 이어 주요 참석 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염수정 추기경은 "추기경은 문에 달린 '돌쩌귀'(경첩)라는 뜻으로 교황님의 최고 자문위원으로서 신자들을 천국의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성소가 줄어드는 등 추기경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유흥식 추기경님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역할도 잘 수행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용훈 의장은 "유 추기경님의 서임을 한국의 주교님들과 신자들을 대표해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며 "보편 교회를 위해 아낌없는 열정과 봉사를 하고 계신 유 추기경님께서 이번 추기경 서임으로 한국 교회와 아시아 교회를 넘어 보편 교회 안에서도 중책의 소임을 다하실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병극 문체부 1차관은 "최근 언론을 통해 유흥식 추기경님이 교황청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며 "전 세계 변화를 위해 추기경님의 거룩한 도전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명수 국회의원은 "내년 한-교황청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한국 가톨릭교회의 큰 영광과 경사"라며 "한국 가톨릭은 물론 세계 가톨릭 역사에 남는 큰 별로, 큰 빛을 비추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또 "오늘의 감사 미사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어디선가 보고 계실 것 같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