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서울이 온통 물바다가 됐다. 간밤의 폭우가 잠시 잦아든 9일 오전 기자가 방문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은 피난길을 연상케 했다. 신림동은 전날 오후 9시쯤 반지하에 일가족 3명이 갇혔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세대주택이 모여 있는 신림동 일대는 간밤에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말리고 치우는 주민들로 바빴다. 조금이라도 마른 곳에는 이불을 널어놓고 있었고, 그나마 쓸 수 있는 가재도구는 자동차에 싣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살고 있다는 신모씨는 당분간 집을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씨는 "어제 오후 9시 30분쯤부터 집안 전체에 물이 가득 차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어서 나가 있었다"며 "지금은 빗물을 다 빼냈지만 벽과 바닥, 가구들이 모두 젖어 당분간 집수리에 들어가 다른 거처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다세대주택이 모여 있는 탓에 비 피해가 컸던 동작구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동작구의 이재민대피소에서 만난 홍모(22)씨는 "일단 양동이로 물을 퍼날랐지만 침수 정도가 너무 심해져서 중요한 물건들만 높은 곳으로 올려두고 이웃들과 함께 대피했다"고 말했다. 홍씨의 집도 빌라의 반지하였다.
강남의 대형 쇼핑몰도 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은 곳곳이 침수된 채였다. 도서관 천장과 벽면을 타고 물이 샜고, 하루가 지난 지금도 천장 한 구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코엑스몰의 명물인 별마당도서관은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책장 가득 꽂혀 있던 책들이 물에 젖어 모두 빠진 채였다. 도서관 곳곳에 물받이용 드럼통만 놓여 있었다.
서울 서초구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의 센트럴시티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고급 식당이 몰려 있는 '파미에스테이션' 식당가도 물에 잠겼다.
대형 쇼핑몰이 아닌 소규모 상가 건물은 피해가 더 컸다. 우수(雨水) 배출이 대형 쇼핑몰보다 쉽지 않아 갑자기 쏟아진 비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상가 건물은 지하에 여전히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이 상가 지하에는 노래방이 영업 중이었다. 노래방 사장인 이재완(72)씨는 "이러면 한 달 장사는 포기해야 한다"며 "인테리어도 다시 하고 노래방 기계도 모두 바꿔야 해서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 1층에서 침구가게를 운영하는 유공진(68)씨는 가게에 물이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온 가족이 밤새 가게를 지켰다고 했다. 유씨의 가게는 문을 나무 널판지로 막고 그 앞에 모래주머니와 벽돌을 이중 삼중으로 쌓아놓고 있었다. 그런데도 빗물이 새어들어와 밤새 양수기 2대를 돌렸다고 했다.
유씨는 "가족 6명이 밤새 양수기로 물을 펐다"며 "아내는 새벽에 집에가서 몸져 누웠다. 오늘내일 또 비가 온다는데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