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1)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소식에 근심이 가득하다. 혹시나 식당이나 카페 등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김씨의 식당은 요즘 저녁식사를 하는 손님으로 가득했지만,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뉴스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김씨는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고 나서 주변 직장인들이 많이 찾아 그나마 장사를 할 만 해졌는데, 다시 확진자가 늘어난다니 걱정”이라며 “거리두기를 다시 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확진자가 다시 늘어난다는 뉴스만으로도 자영업자들에겐 공포”라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회의 결과를 토대로 재유행에 대비한 의료·방역 대응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구의 식당가./연합뉴스

코로나19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재유행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14일 0시 기준 3만9196명으로, 전날(4만266명)에 이어 사흘 연속 3만명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인 이달 7일(1만9323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이른바 ‘더블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8월 중순에서 9월 말까지 하루 신규확진자 수는 최대 20만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방역당국은 지난 13일 코로나19 재유행 방역대책을 발표하면서 ‘거리두기’는 후순위로 미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서게 되면 언제든 거리두기가 다시 시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거리두기 의무화 조치는 시행하지 않지만, 유행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 경우 선별적·단계적 거리두기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라는 단어가 뉴스에 다시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중화요리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44)씨는 “거리두기 이후 손님들이 일찍 귀가하는 등 생활습관이 바뀌면서, 매출이 회복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거리두기로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 다시 희생하게 되면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해 “거리두기 안 지키면 과태료 내고, 보상은 없다” “다시 거리두기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는데, 죽어도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만 섞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오호석 코로나피해자영업자총연합 공동 대표는 “정부가 굉장히 조심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접근하려고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긴장을 멈출 수가 없고, 혹여나 거리두기가 다시 시작되면 견딜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서울 도심과 변두리 사이의 격차가 커 규모가 작은 자영업자일수록 힘들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