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뉴스1

디지털 기술 발달로 범죄 수법이 날로 복잡해지면서 수사기관의 전문 인력 몸값이 높아지고 있지만, 검찰은 오히려 기존 인력마저도 민간에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내 공인회계사 자격을 가진 회계 전문 수사관은 최대 15명에서 현재는 한자릿수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新)외감법 시행으로 회계사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현재 회계사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억소리 나는 급여를 받고 있다. 4대 회계법인은 올해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인 1100명보다 많은 1300명을 뽑으면서 인력을 빨아들이는 상황이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는 회계사 A씨는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은 억소리나는 연봉을 주고 워라밸도 어느 정도 맞춰 준다”며 “반면 검찰 수사관은 박봉에 야근도 잦아 사명감만으로는 일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감법 시행 이후 검찰은 공인회계사 자격을 가진 회계 전문 수사관을 검찰주사보(7급) 채용하려다 지원자가 없어 재공고를 올리기도 했다.

최근 금융권의 횡령 범죄나 다단계·사기 범죄 등이 폭증하고 있지만 회계 전문 수사관의 부족으로 수사 대응이 힘든 상황이다. 회계 전문 수사관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범죄수익 환수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범죄 수익이나 벌금 등을 받아내는 집행 실무는 대부분 검찰 수사관들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수익 환수 공인 전문 수사관은 지난해 기준 2명에 불과하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법원 판결로 확정된 추징액은 2016년 26조787억원에서 2020년 30조648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30조9557억원에 이른다.

반면 연간 환수 금액은 1000억원 수준에 그쳐 집행률이 0.5% 안팎에 불과하다. 전체 추징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공동 추징금인 약 22조900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환수율은 3% 수준이다.

환수율이 이처럼 낮은 데에는 범죄 수익을 은닉하는 수법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명의신탁과 대포 통장, 차명 계좌 등은 기본이고 해외로 돈을 빼돌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지만 범죄 수법이 진화하는 속도에 비해 전문 수사관 확보가 어려워 지면서 수사 전문성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셈이다.

회계 전문 수사관뿐만 아니라 사이버 범죄나 디지털 포렌식 등 과학 수사를 담당하는 공인 전문 수사관도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디지털 공인 전문 수사관은 33명, 정보·IT 전문 수사관은 1명에 불과하다. 전문성이 필요한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부정경쟁 및 기술 유출 수사관 1명, 공정거래와 환경 분야는 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에서 전문가로 채용할 정도면 민간에서도 탐을 내는 인재들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월급과 조직 문화로는 경쟁 자체가 어렵다”며 “특히 대기업과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연봉 인상 경쟁을 하며 IT 전문 인력을 흡수하는 것을 보면 월 200~300만원을 받으며 일하는 검찰에 들어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