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콜리를 키우는 김모(29)씨는 이달 초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집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중 한 중년 남성과 시비가 붙었다. 상대는 "왜 반려견에 입마개를 채우지 않고 다니느냐"고 따졌고, 김씨는 "보더콜리는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종이 아니다. 제대로 알고 말하시라"며 맞받아친 것이다. 김씨는 "중·대형견을 키우는 견주라면 흔히 겪는 일"이라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직장인 정모(30)씨는 지난 5월 초 안양천에서 달리기를 하다가 뒤에서 달려오는 커다란 골든 리트리버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리트리버 견주가 잠깐 목줄을 놓친 사이에 개가 앞으로 뛰쳐나와 앞에서 달리고 있던 정씨를 쫓아온 것이다. 당시 리트리버에겐 입마개가 채워져 있지 않았다고 한다. 뒤따라온 견주는 "죄송하다"며 연신 사과를 했지만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정씨는 "리트리버가 순한 견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아무래도 덩치가 큰 대형견이다 보니 나를 해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일러스트=정다운

반려견의 입마개 착용과 관련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시민은 아무리 순한 개라도 언제 공격성을 나타낼지 모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입마개를 채우는 견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입마개 착용을 반대하는 견주들은 법적으로 의무적으로 입마개를 해야 하는 견종이 아닌데도 입마개를 강제하는 건 무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맹견으로 규정돼 외출 시 입마개를 필수적으로 채워야 할 의무가 있는 견종은 도사견·아메리칸 핏불테리어·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스태퍼드셔 불 테리어·로트와일러 등 5개종이다. 이 5개 종과 다른 견종과의 잡종도 입마개 착용 대상이다. 그러나 이들 종에 속하지 않는 반려견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견주에게 입마개 착용을 강제할 수 없다.

만약 반려견이 타인을 물어 상해를 입히면 견주는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형법상 과실치상죄로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만약 피해자가 사망하는 경우에는 과실치사죄가 적용돼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민법 제759조에 따라 동물의 점유자는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도 추가로 져야 한다.

사람이 개에 물리는 사고는 매해 2000건 이상 꾸준히 발생해왔다. 소방청이 제공하는 '개 물림 119구급이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총 1만1152명의 사람들이 개 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됐다. 하루에 평균 6~7명 정도가 개 물림 사고로 상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는 입마개 착용을 5개 견종에 제한한 현행 법률이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개는 견종과 무관하게 기본적으로 공격성을 갖고 태어나는 동물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공격성이 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경 광주여대 반려동물보건학과 겸임교수는 "자라난 환경, 견주의 교육 등에 따라 반려견의 성격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며 "현행법처럼 지정된 5대 맹견종에 국한해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이어 "아무리 관련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결국 반려동물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입마개 착용과 관련한 논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 사회가 초년기 공교육 과정부터 반려동물·생명 문화에 대한 내용을 도입해 바람직한 반려견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