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8일째로 접어들면서 산업계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제품이 공장 문을 나서지 못하면서 생산 라인 가동이 멈췄고, 건설현장도 '셧다운' 일보직전 상태다. 이로 인해 용역업체들이 모집하는 하도급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산업계 전반이 '셧다운' 위기에 놓였다. 포스코는 지난 13일 오전 7시부터 포항제철소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출하하지 못한 제품들을 공장 내 더 이상 둘 공간을 찾지 못하자 고육지책으로 생산 중단 결정을 내렸다.
석유화학기업들도 공장에서 생산하는 폴리프로필렌(PP) 등 각종 수지 제품 기초원료 제품의 출하와 수급이 거의 중단됐다. SK케미칼은 공장 가동 중단 직전에서 일부 물량을 확보해 주말부터 겨우 가동을 이어가고 있고, 롯데케미칼와 한화케미칼, 대한유화, 태광 등 여타 석유화학 기업들도 출하를 하지 못해 공장의 생산량을 90%까지 줄였다. 이들 회사 원료 제품을 받아 재가공하는 2차 가공업체들까지 연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시멘트 공장 내 소성로(킬른)도 멈춰 섰다. 국내에서 시멘트 산업이 시작된 뒤 6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소성로는 유연탄과 석회석 등을 용융시켜 시멘트를 만드는 핵심 설비인데, 24시간 365일 가동되기 때문에 한번 멈추면 소성로 한 기당 하루 손실이 2억~3억원에 이른다. 전국의 건설 현장에서도 시멘트와 철근 등 일반 건설자재 수급이 중단되기 시작했다. 자동차 업계는 파업으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생산라인의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 공장과 건설현장의 '셧다운'은 산업현장의 가장 약한 고리인 일용직 일자리부터 덮치고 있다. 공장 생산 라인이 멈춰서면서 하도급 업체로도 연쇄적으로 피해가 내려가고 있어서다. 대기업 등 원청이 용역업체를 통해 모집하는 하도급 일용직 일자리는 정비나 안전부터 단순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분포되어 있지만, 공장 가동이 멈출 경우에는 아예 필요가 없어지는 인력이 절대다수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공장 일용직의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다.
여수산단 내 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이 길어지면서 산단 내 대기업부터 협력업체까지 모두 공장 생산 라인 가동을 멈추고 있다"면서 "우리는 정비 관련해서 인력을 투입해주는 업체인데 이 달 아예 공을 치게 생겼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제철소 정비 관련 인력으로 일하는 최모(66)씨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대부분 일용직 형태로 일하는데 당장 공장이 문을 닫겠다니 일 하라는 콜(요청)이 사라졌다"면서 "건설 일용직이라도 나가서 생계를 메꾸려했더니 그마저도 사람이 필요없다는데 당장 여름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일부 일용직 노동자들은 화물연대의 '귀족파업'으로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안전운임제 최대 수혜자로 화물연대 파업을 이끄는 컨테이너 트레일러나 시멘트 화물차주가 수억원의 장비를 갖춘 고액 수입자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자신의 이익 확대를 위해 소규모 화물 차주 등 비조합원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철근공 김모(49)씨는 "수억씩 나가는 장비를 가지고 탄탄한 수입을 벌어들이는 기사들이 돈을 더 벌겠다고 시작한 파업에 일용직 노동자들은 돈을 못 벌게 생겼다"면서 "저들이 도대체 무엇을 위해 노동자의 권리를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