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역 8번 출구 근처에 주황색 버스 한 대가 멈춰 섰다. 버스 안에는 운전기사와 승·하차 안내 도우미가 1명씩, 그리고 노인 6명이 있었다. 이 버스는 서대문구청에서 운영하는 장애인·노약자 무료 셔틀버스로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이동을 위해 서대문구 내 복지관·주요 역사·병원 등을 경유한다. 현재 하루 평균 140~150명이 셔틀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날 셔틀버스를 탑승하는 승객을 보조하던 승하차 안내 도우미 김모(55)씨는 버스가 경유하는 정류장마다 일어나 어르신들을 맞이하고, 하차하는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서대문구에서 셔틀버스를 탑승한 승객들은 시간표를 따로 챙겨 다니며 시간에 맞춰 정류장을 찾아 대기하고 있었다. 운행 횟수가 많지 않은 탓에 한 번 버스를 놓치면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촌역 부근에 있는 절에 방문하기 위해 일주일에 3번씩 장애인·노약자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한다는 박월선(77)씨는 "항상 가방에 셔틀버스 시간표를 챙겨 다닌다. 시간을 한 번 놓치면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니까, 최대한 일찍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시 서대문구 장애인노약자 무료셔틀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리는 모습/정재훤 기자

교통약자들의 사랑을 받는 무료셔틀버스지만 정작 운영 자체는 허술하게 이뤄져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운행하는 셔틀버스 대수가 충분치 않고, 운행 시간대도 주로 평일 주중이라 이용자의 불편이 적지 않다.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홈페이지에서 장애인·노약자 관련 무료 셔틀버스 복지사업 내용을 조회한 결과, 현재 25개구에서 28대의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하고 있었다. 한 개 자치구에 한 대 조금 넘는 셔틀버스만 있는 셈이다. 가장 많은 셔틀버스를 운영 중인 곳은 동작구로 총 4대의 버스가 있었다. 이밖에 광진구·동대문구·강북구·관악구 등은 운행 버스가 1대밖에 없었다. 중구·용산구·양천구·구로구·금천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마포구 등 9개 구는 구청에서 따로 해당 사업을 진행하지 않거나, 사업을 중단했다.

운행 시간과 규모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중랑구·노원구·동작구·강남구 등은 월요일~금요일에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주말엔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 종로구·성동구·동대문구·강북구·서대문구·영등포구 등은 토요일에도 셔틀버스를 운행하지만, 운행 횟수나 시간을 단축해 운영하고 있다. 일요일과 공휴일에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자치구는 없었다.

셔틀버스 자체가 적다 보니, 배차 간격도 크다. 서대문구의 경우 2대의 버스가 서대문구청에서 출발해 노선을 따라 1회 순환운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는 데 1시간 55분이 걸린다. 이용자가 한 번 탑승시간을 놓치면,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2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셔틀버스 정류장이 노후화된 탓에 도착 시간에 대한 정보 등은 적혀 있지 않다. 일반적인 시내버스는 전광판 등을 이용해 도착 시간 정보를 제공하지만, 현재 강남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장애인·노약자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에는 전광판이 따로 없었다. 이용자가 탑승을 원한다면 노선도와 시간표를 미리 인지한 뒤 시간에 맞춰 정류장에서 대기해야 하는 구조다.

충정로역과 광진구청 근처에 있는 장애인노약자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 모습./정재훤 기자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시민들이나 이용 대상자들도 해당 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박모(55)씨는 광진구에서 운행하는 장애인·노약자 무료 셔틀버스 사업을 알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기자가 근처에 있던 무료셔틀버스 정류장을 보여주자, "평소에 이런 버스가 있는 줄도 몰랐다. 셔틀버스가 지나가는 것도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셔틀버스가 편리해 관련 사업이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셔틀버스를 이용한 한미순(78)씨는 "집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는 병원에 가려면 중간에 환승도 해야 하고, 운전도 거칠어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이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가기도 하고, 운전도 조심스럽고 도와주는 분도 있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셔틀버스를 이용한 박씨도 "셔틀버스가 편리한데 이용자가 적어 안타깝다. 아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에 주변 지인들에게도 자주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는 무료 셔틀버스 사업이 확장되지 못하면 결국 '전시 행정'에 머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반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방안이 아닌 비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 오히려 소수자를 배제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교통약자에 대한) 일상생활 관련 조직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셔틀버스는 일종의 홍보용, 예산 낭비일 수 있다"며 "일반 대중교통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