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간병인이 부족해지며 보호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병원 출입이 제한되자, 간병인 시장에서 머물던 인력들이 빠져나가며 가격이 올라가 보호자들은 간병 비용에 대출까지 고려할 정도다. 특히 남성 간병인의 경우 더욱 구하기 어려워 간병인이 목욕, 화장실 이용에 대해 추가 금액을 요구해도 보호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용을 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이철원.

서울 용산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56)씨의 동생 A씨는 두 달 전 뇌종양 치료 후 몸 한쪽에 마비가 오고 언어상실 증세를 보여 재활을 위해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김씨는 가족 모두 직장인이고 노모 역시 연로해 간병인이 꼭 필요했다. 여러 간병인 센터에 수소문했으나, A씨가 체격이 큰 남성이다 보니 센터에서는 남성 간병인을 권했다.

그러나 남성 간병인을 찾기 쉽지 않았다. 현재 병원에서는 코로나19로 환자 한 명당 보호자는 한 명만 접견이 허용된다. 또 일정 시간 이내에 받은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며 백신 3차 접종 등을 요구해 절차도 까다로워 간병인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씨는 급하게 남성 간병인을 구했지만, 간병인이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해 당황했다. 한 번에 한 명만 접견이 가능한 병원 방침 탓에 김씨는 간병인이 동생을 제대로 돌보는지 확인할 길도 없었다.

김씨는 “하루 19만 원까지도 요구하는 한국인 남성 간병인도 있었다. 하루 14만5000원을 요구한 다른 간병인은 다인실이라 샤워시키기 힘들다며 3주 동안 샤워를 두 번만 시켰다. 보호자와 통화할 때만 친절해지는 간병인을 보고 놀란 간호사가 전화하기도 했다. 두 달 간병비만 860만원 정도”라며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하루 간병인 비용은 보통 10만~11만원 정도였는데 코로나19로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간병인 비용도 덩달아 오른 것이다.

남성 간병인을 구하지 못해 고생하는 보호자는 김씨 뿐이 아니다. 뇌질환 환자 보호자 18만여명이 모여있는 네이버 카페에는 비슷한 고민이 여럿 올라왔다. 이들은 ‘급히 남자간병인이 필요한데 구하기 어렵다’ ‘남성 간병인이 욕창에 괴로워하는 환자를 옆에 두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더라’ 등 글을 올렸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남성 간병인과 여성 간병인 비율은 4:1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인 매칭 플랫폼 ‘케어메이트’에 따르면 지난 5월 케어메이트 소속 간병인 남녀 성비는 남성 24.1%, 여성 75.9%다. 또 다른 플랫폼 케어네이션에 따르면 등록된 남성 간병인은 전체의 17.5%, 여성은 82.5%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 대비 4월 간병인도우미료 인상률은 7.1%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간병인은 계약서 없이 고용되고, 카드 결제 없이 현금으로만 직접 내는 경우가 많아 실제 인상률은 더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간병인 센터 ‘따뜻한 돌봄’은 남성 간병인은 요양·재활치료 환자의 경우 기준금액에서 5000원이 추가된다고 안내했다. 케어네이션 역시 남성 간병인들이 2000원 정도 더 높은 비용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호자들은 막상 남성 간병인을 소개받으면 2만원에서 3만원을 더 요구한다며 ‘부르는 게 값’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료계 관계자는 믿을만한 간병인을 구하다 보면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는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환자를 믿고 맡겨야 하다 보니 지인을 통해 간병인을 소개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환자를 잘 돌본다고 소문이 난 간병인의 경우 웃돈을 주고서라도 데려오려는 보호자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간병 비용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조용형 한국노인장기요양협회 회장은 몇 년 후면 간병인 비용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간병인을 구할 때 99%는 계약서를 쓰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점점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 회장은 특히 남성 간병인의 경우 여성 간병인보다 수요가 적어 돈을 더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간병인 시장 인력난으로 비용이 해마다 몇만 원씩 뛰고 있다. 업계는 구인글을 올려도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인력난에 허덕인다. 수년이 지나면 지금보다 가격이 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