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직장인 김모(26)씨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파리바게뜨를 찾아 몇 개의 빵을 골라 담고 휴대폰으로 결제까지 마친 뒤 매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매장에 도착해보니 배달 앱에서 구매한 제품과 동일한 제품 앞에 앱보다 100~300원씩 낮은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김씨는 “배달 앱에 있는 가격이 매장 가격과 같을 줄 알고 있었는데, 왜 다른 것인지 모르겠다”며 “웃돈을 주고 빵을 사 먹고 있던 것 같아 억울했다”고 전했다.

배달 앱에서 6900원짜리 파리바게뜨 딸기잼이 매장에서는 64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정재훤 기자

11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파리바게뜨, 에그드랍 등 일부 프랜차이즈에서 배달 앱과 오프라인 매장 가격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매장에서 구매하는 동일한 제품이라도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앱에 등록된 가격이 실제 매장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적게는 100원에서 많게는 500원까지 높게 책정된 것이다.

배달 앱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 포장 주문을 하면 할인해준다는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해당 금액에 미치지 못하게 주문하는 경우 소비자가 차액을 고스란히 추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파리바게뜨 매장을 찾았다. 배달 앱 상에서 6700원짜리 샌드위치와 3700원짜리 커피를 하나씩 포장 주문하자 결제창에는 1만400원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매장을 직접 방문해 동일한 제품을 주문했을 때 실제 결제된 가격은 9800원이었다. 배달 앱에 적혀있던 샌드위치와 커피 가격이 매장보다 각각 300원씩 비쌌던 것이다.

파리바게뜨 매장의 배달앱 주문 가격과 매장 주문 가격. 동일한 상품이지만 가격이 서로 다르다./정재훤 기자

다른 매장의 상황도 비슷했다. 지난달 29일 찾은 서울 강남구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는 딸기잼 제품이 64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그러나 배달 앱에서는 동일한 제품이 500원이 더 비싼 69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샌드위치 전문 프랜차이즈인 에그드랍도 마찬가지였다. 배달 앱 내 샌드위치 메뉴 가격이 실제 매장 판매 가격보다 500원씩 비싸게 책정돼 있었다.

지난달 31일 배달의민족에서 서울 강남구의 한 에그드랍 매장을 찾았다. 샌드위치와 커피가 포함된 세트 메뉴를 포장 주문했을 때, 결제창에는 1만200원이 표시됐다. 그러나 직접 매장에 방문해 동일한 메뉴를 주문했을 때, 가격은 9200원이었다.

배달앱 상 에그드랍 세트 가격과 실제 매장에서 판매되는 가격 간에 1000원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정재훤 기자

왜 같은 매장인데 가격이 천차만별인 걸까. 한 파리바게뜨 매장 점주는 배달 앱에 적힌 가격은 매장이 아닌 본사가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은 각 매장 점주가 결정하는데 배달 앱에 기재된 가격은 본사가 일괄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매장과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 관계자는 “배달 앱 시스템의 한계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처럼 매장별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게 불가능해서 일원화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온라인 판매 시 손해를 감수하던 가맹점주들이 가맹점주협의회를 통해 현실적인 온라인 가격 책정을 요청해 이를 적용한 것으로 가맹본부(본사)가 얻는 이익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가맹점은 앱과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그드랍 측은 전국 가맹점의 통일적인 운영을 위해 가맹본부가 가격을 일괄적으로 설정하는 시스템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매장이 임의적으로 가격을 설정하게 되면 매장 별로 가격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배달 앱 상에는 통일된 권장 가격을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그드랍 관계자는 권장 가격이 매장 판매가보다 높은 이유는 배달 플랫폼별로 7.5~11%가량 붙는 수수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그드랍 관계자는 “점주에게는 배달 플랫폼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와 배달료를 감안하고, 소비자에게는 큰 부담이 가지 않는 범위를 고려하여 배달앱 권장 가격을 설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배달 앱 가격과 실제 매장 판매가가 달라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소비자연맹은 2020년 11월 ‘배달의민족’ 내 13개의 카테고리 중 5곳씩을 선정해 강남지역 총 65곳의 매장을 방문했다. 당시 조사 결과 56.9%(37곳)의 가게가 배달앱 내 판매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가격 차이가 소비자들에게는 제대로 고지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방문 포장을 하는 고객 입장에선 매장 판매 가격이 배달 앱보다 저렴하다면 배달 앱의 포장 기능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가격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같은 제품을 사는데도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의 경우, 자체 배달 앱(맥딜리버리)에서 ‘맥딜리버리 가격은 매장과 상이합니다’라는 공지를 하고 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의 경우도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앱에서 ‘딜리버리 서비스 메뉴의 가격은 매장 가격과 상이할 수 있습니다’라는 공지를 실시하고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배달 앱에 등록된 가격과 실제 매장 가격이 서로 다르고, 소비자가 이를 충분히 고지받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기만행위에 해당한다”며 “일정 금액을 넘기면 할인해준다는 프로모션이 있다고 해도 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동일한 제품이라면 같은 가격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