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이모(28)씨는 올해 2월 메타버스 플랫폼 ‘클레이시티’에서 가상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대체불가능토큰(NFT)를 75만원에 구입했다. 이 NFT는 메타버스로 전 세계의 도시들을 가상 부동산으로 만들어 분양하는 방식이다. NFT 가격은 최초 매수한 다음 날 600만원으로 치솟더니 한때 최고 30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가상화폐 시장의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서 800만원대로 시세가 내려갔다.

이씨는 “처음 투자할 당시 가상 부동산 NFT 코인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으면서도 주변에서 수익률이 꽤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투자하게 됐다”며 “물론 지금 수익권에 머물고 있지만, NFT나 가상 부동산에 대해 모두 이해하고 투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초기에 구입해서 다행인데, 한창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을 때 매수한 투자자들은 모두 쪽박을 차고 가상 부동산 투자를 멈추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루나 폭락 사태와 연준의 금리인상 여파로 가상화폐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거래 지원 안내문이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경제적 자립을 통해 조기 은퇴를 노리는 ‘파이어족(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 20·30대 사이에서 유행이다. 하지만 주식이나 가상화폐 시장에 침체기가 찾아오면서 투자 방식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다만 투자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풍문으로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중구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박모(30)씨는 명품 브랜드 시계 리셀(다시 팔기)에 일정 금액을 투자해 지분을 받는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롤렉스나 태그호이어 등 명품 브랜드 시계를 여러 명의 투자자가 돈을 나눠 구입한 다음, 되팔 때 발생하는 이익을 지분에 따라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박씨는 “한동안 리셀이 유행하고, 시계 가격이 크게 하락할 일은 없다는 판단에 시작하게 됐다”며 “하지만 수익률이 코인이나 주식처럼 10% 이상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최근 명품 리셀 시장도 리셀 물량 증가와 해외여행 허용 등으로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2030′ 세대가 가상 부동산이나 명품 리셀 투자에 나서는 건 기존 재테크 수단인 주식과 가상화폐가 침체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소액을 굴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2030′ 세대가 가상 부동산이나 명품 리셀 투자 같은 새로운 재테크를 가상화폐의 대체제로 여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금융기업을 활용해 고수익을 노리는 파이어족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030′ 세대가 법과 제도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투자처를 골랐다가 보호를 받지 못하고 대규모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상 자산 등 다른 금융자산에 투자해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노리는 직장인, 청년세대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기존 금융 서비스에 식상함을 느끼고 수익적인 측면에서 이익을 보지 못하다 보니 다른 금융자산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파이어족의 투자 방식이 도전적이고 과감할 수 있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결국 루나 사태나 횡령 사건처럼 범죄 등 사회적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