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0일부터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관련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환경보호라는 명목으로 제도 시행에 드는 비용과 부담을 자영업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환경부와 자영업자 등에 따르면 오는 6월 10일부터 전국 카페·베이커리·패스트푸드 매장 3만8000여곳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시행된다. 우선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가 대상이다. 소비자가 해당 매장에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자원순환 보증금인 300원을 현금이나 계좌로 받을 수 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열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 공개 시연회에서 환경부 직원이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고 자원순환보증금(300원)을 반환받는 과정을 홍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는 이번 제도 시행으로 일회용컵 회수율이 높아지고 재활용이 촉진되면 기존의 일회용컵을 소각했을 때와 비교해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연간 445억원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환경부 추산이다.

하지만 정작 보증금제도를 일선에서 운영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자영업자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운영 과정에서 적지 않은 수고와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를 자영업자들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8)씨는 “라벨을 일주일에 2000개 이상 붙여야 할 것 같은데, 이걸 알바생을 시킬 수도 없고 결국 새벽에 내가 해야할 것 같다”면서 “보증금 제도에 드는 모든 비용과 시간을 점주에게 떠넘기고 정부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시행되면 일회용컵에 일일이 바코드 라벨을 부착해야 하는데 직원이 많지 않은 소규모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주들이 부담해야하는 비용도 문제다. 재활용 바코드 라벨은 업주가 선납한 보증금을 포함해 1롤당 약 30만원이다. 라벨 스티커값은 개당 6.99원, 컵이 표준용기이면 4원이 추가로 든다. 음료 한잔 팔 때 11원의 비용이 추가되는 셈이다. 또 배송 기간을 고려해 업계에서는 최소 10롤 단위로 판매한다는 방침인데, 업주들은 목돈 300여만원을 일시에 지출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소비자가 일회용품에 담긴 음료를 카드로 결제한 뒤 보증금을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하면 매장은 카드수수료만큼 손해를 보게 되는 것도 문제다.

서울 서초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46)씨는 “프랜차이즈는 가뜩이나 여러 부대 비용이 많이 들어 마진율이 떨어지는데 라벨 비용까지 내라고 하니 말이 안된다”면서 “거기에 카드 수수료는 수수료대로 내고 업주더러 알아서 현금으로 보증금을 돌려주라고 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말했다.

형평성 논란도 있다. 가게 매출이나 규모와는 무관하게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대상으로만 실시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매년 4억잔에 가까운 커피를 판매하는 편의점이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불합리하다는 반응이다.

상황이 이렇자 가맹점주를 중심으로 보이콧 조짐까지 형성되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지난 18일 환경부와의 간담회에서 “제도 시행을 위한 환경부 준비가 미비한 상태인 데다 비용 부담을 민간에 과도하게 떠넘긴다”며 시행 유예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환경부가 제도 강행 입장을 고수하자 가맹점주들은 일회용컵 반납에 필수인 라벨을 구입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시행을 유예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환경부에 조속히 시행령을 개정해 제도 시행을 유예하고, 계도 기간을 지정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등 즉각적인 행정조치를 취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며 “지난 3년여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소상공인과 영세 프랜차이즈 대표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002년에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지만 30%대의 저조한 컵 회수율을 기록한 끝에 6년 만에 폐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