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자영업자 김모(44)씨는 최근 대출 이자가 한 달 새 8만원가량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견디기 위해 2년에 걸쳐 은행에서 총 1억원을 대출했는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들도 대출 금리를 대거 인상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코로나 2년을 견디려고 이곳 저곳에서 돈을 끌어다 썼는데 거리두기가 끝난 것보다 금리인상이 더 먼저 다가왔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름하던 자영업자들이 이번에는 ‘이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이후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자영업자의 이자부담이 한 달 새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씩 올랐다. 신용·담보 대출 상품을 가리지 않고 금리가 인상됐고, 일부 코로나19 정책자금 상품도 금리가 훌쩍 뛰어 올랐다.

28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일제히 연 4%를 넘어섰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4.17%, KB국민은행은 4.10%, NH농협은행은 4.09%, 하나은행은 3.88%로 집계됐다. 신용점수가 900점 이상인 고신용자들 역시 4% 금리를 적용받는다. 지난해 평균 2%대에 불과했던 금리가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셈이다.

은행권 주담대 이자는 이미 6%를 돌파했다. 지난해 7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2.91~4.63%에서 지난 14일 기준 3.9~6.45%로 9개월 만에 상승폭이 최대 2%p에 육박했다.

그래픽=손민균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일부 소상공인 정책자금 상품도 마찬가지다. 고정금리 상품 뿐만 아니라 변동금리 상품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금융기관 대출 상품 중 내수활성화 전용자금의 경우 지난 1분기 연 2.55%에서 2분기 3.15%로 0.6%포인트(p) 올랐다. 이밖에 다른 변동금리 상품도 0.2%~0.6%p씩 인상됐다.

대출금리가 오르자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거리두기 종료로 인한 경기회복보다 금리인상이 더 무섭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 관련 지원으로 1%대 금리를 적용받아 수천만원씩 대출을 받았는데, 올해 들어 이자가 1%대 후반이나 2%대로 훌쩍 뛰어오른데다, 신규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4%대 이상 금리에 문턱이 높아졌다.

인천에서 프랜차이즈 술집 3곳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 “거리두기 기간에는 매달 손해였는데, 계약 기간도 남아있고 폐업은 막아보자는 생각으로 빚으로 연명했다”면서 “현재 2억원 가까운 대출이 있는데, 한 달 이자비용이 올해 들어 30만원 가까이 늘었다. 거리두기가 끝났어도 생각처럼 장사가 안되고 있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하는 선모(43)씨는 “작년에 은행에서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대출을 3000만원 정도(금리 1.5%) 받았다. 변동금리라 연장을 하면서 대출금리가 1.95%가 됐다”면서 “돈이 너무 급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끌어다 쓴 건 내 잘못이지만 내야 될 이자가 많아지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최근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 0.25%p가 오르면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은 1조6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0.50%p 오를 땐 3조2000억원, 1.00%p 상승시에는 6조4000억원으로 이자 부담 증가 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났다. 이는 한은이 지난해 4분기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기준으로 추정한 금액으로, 자영업자의 모든 변동금리 대출 상품 금리가 동일하게 상승한다고 가정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의 부채가 늘어난 상황이라 금리인상 기조가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영업자들은 평균적으로 가처분소득에 비해 3배가 넘는 부채를 지고 있을 뿐 아니라 대출잔액 기준 70%가 다중채무인 상황이다.

정부가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 정책 지원이 종료되고 상환이 시작되는 오는 9월부터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최소 2.00%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시장금리도 우상향을 예고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소상공인 등의 이자와 부채를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인수위는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 등을 포함한 각종 금융지원 조치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2금융권이 보유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을 시중은행으로 대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